「때리면 큰일나고, 맞거나 밀려서도 안되고…」14일로 8일째인 북한 경비정 및 어선의 서해안 영해 침범에 대한 대응전략을 놓고 우리 군이 난감한 입장에 처해 있다. 강하게 대응하자니 확전이 우려되고, 경고방송이나 고속질주와 같은 시위로는 북한 함정들의 남하를 저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 함정 뒤를 충돌해 올려보내는 「충돌후 밀어내기」작전도 북측이 우리측 함정의 앞부분을 들이받는 「박치기」전략을 앞세운 공세적 대응으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북한은 또 이날 공격용 무기인 어뢰정을 내보내 우리측 반응을 살피고 있다.
결국 우리 군은 북측 공격은 피하고 남하는 못하게 확전은 배격하고 손실은 최소화해야 하는 「고난도」 전술을 구사해야 하는 입장이다.
현재 우리 고속정은 완충구역 선상에 있다가 북한 경비정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서면 즉각 출동, 남하를 막고 있다. 경비정이 정면으로 질주하며 들이 받으려 하지만 고속정은 이를 피하면서 후미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북측도 정면이 아니면 후미라도 밀어붙일 태세지만 우리측의 방어 항해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북한 경비정들이 속력 25~30노트에 함포가 기계식 수동형이라 작동이 느린 반면, 고속정은 목표조준이 빠른 유압식 전자동 함포에다 속력도 32노트로 민첩해 1대1 싸움에는 우리가 유리한 상황이다.
고속정은 북한 경비정과 「배싸움」을 벌이다 상대 후미가 노출될 경우 때를 놓치지 않고 밀어붙여 NLL이북으로 북상시키는 전략을 펴고 있다. 한대도 안맞고 뒤로만 공격해야 하므로 고도의 항해술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다.
북으로 밀어내다가도 NLL인근 지역부터는 다시 재빨리 돌아서야 한다. NLL이남 2㎞지역부터는 북한 해안에 설치된 사정거리 20㎞의 100㎜ 해안포 사정권에 들어서게 돼 자칫 거칠게 밀어올릴 경우 북한 해안포 사격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박치기」 등의 선제 공격은 무조건 금물. 「밀어내기」전략으로 약이 오른 북측 함대가 먼저 발포할 가능성이 크고, 그러면 곧 양측의 교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고난도 대응에 골몰하는 우리 군에 새로운 골칫거리가 등장했다. 13일 출현한 45~60노트 속력의 북한 어뢰정은 어뢰공격도 가능한데다 속력도 빨라 우리의 주특기인 후미공격도 여의치 않고, 맞서다가 교전되면 바로 확전될 공산이 크다.
군 당국은 『북한 어뢰정에 대해서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면서 『북측과의 확전을 원치 않기 때문에 최대한 충돌없이 북한 함정 남하를 저지하는 작전을 펴고 있다』고 밝혔다.
「적의 선제 발포시 철저하게 응전한다」는 원칙은 세워놓고 있지만 무조건 강하게 대응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북한에 밀릴 수도 없는 현실적인 입장에서 군당국은 일반 시민들의 『강하게 밀어붙이지, 왜 북측에 끌려다니느냐』는 항의에 시달리고 있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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