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삼성이라는 말은 입에 담지 않는다. 출신 회사는 절대 방문하지 않는다…』재벌 사업맞교환(빅딜)의 일환으로 현대석유화학과 삼성종합화학을 통합하기 위해 지난 달 12일 출범한 대산유화단지 통합추진본부(본부장 기 준·奇 俊). 출범 후 1개월동안 갖가지 아이디어를 동원, 현대와 삼성이라는 이질적인 기업 출신 임직원들을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성공여부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통합추진본부 요원은 모두 8명. 현대와 삼성 출신 각각 4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이 통합작업을 진행하는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9층 사무실에서는 현대와 삼성이라는 회사명칭을 듣기 어렵다. 각각 현대와 삼성을 대표하는 김일세(金一世)이사와 박오규(朴午圭)이사를 정점으로 한 8명의 임직원들이 정신적인 통합을 위해 과거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두 단어는 쓰지 않기로 자체 결의했기 때문이다.
또 본부장의 지시에 따라 출신 회사를 찾지 못하도록 하고, 본사와의 업무협의사항은 반드시 본부장을 통해 처리하도록 했다.
통합추진본부 출범 초 점심식사는 특별한 선약이 없는 한 임직원들이 함께 하고 2주에 한번 정도는 저녁식사와 간단한 술자리를 갖기로 묵계(默契)해 현재까지 별탈없이 「이행」되고 있다.
현대와 삼성은 7월 말까지 일본의 투자자금(15억달러)를 유치한 후 9월에는 석유화학단일회사를 출범시킬 예정. 그러나 외자유치 이후 양사 지분등에 이견을 해소하지 못해 단일회사 탄생을 확신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재계에서는특성이 다른 기업문화에 뿌리를 둔 양사 임직원들이 융화하며 통합법인을 끌고 나갈 수 있을 지 의문을 던져 온 것이 사실이다.
통합추진본부 관계자는 『본부 임직원 8명의 성공여부가 통합법인 성공의 잣대가 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며 『과거의 인식까지 완전히 바꾸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생각보다 공통점도 적지 않아 매우 희망적』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동영기자 dy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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