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비정의 북방한계선(NLL) 침범이 계속되자 NLL 남쪽 수역의 국제법상 지위및 정확한 지칭이 무엇인가 등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국내 국제법 전문가들은 우선 북한 선박의 NLL 침범은 국제법상 불법행위가 틀림없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경희대 김찬규(金燦奎·국제법)명예교수는 『국제법에는 평시국제법과 전시국제법 두 가지가 있다』고 전제, 『남북관계는 일반적인 국제해양법이 적용되는 평시상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교수는 『국제법상으로도 남북의 경계선 문제는 53년 정전협정이 첫번째, 92년 남북기본합의서가 두번째 판단기준』이라며 『북한이 국제해양법을 들먹이며 12해리 영해를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못박았다.
53년 NLL 선포 당시 상황이 우리쪽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고려대 법대 유병화(柳炳華)교수는 『정전협정이 맺어질 당시 유엔군이 한반도의 제해권을 거의 장악하고 있어 원산 앞바다까지 자유롭게 왕래할 정도였다』며 『정전시 양측이 만나는 군사접촉선(Contact Line)을 근거로 영토및 영해가 나뉘는 원칙에 비춰 서해5도를 기준으로 한 NLL설정은 대단한 양보인 셈』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대 이상면(李相冕·국제법)교수는 『북한이 그동안 NLL 설정을 통보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통보 여부와 관계없이 북한측이 NLL의 존재를 묵종(默從)해왔기 때문에 국제법상으로 봤을때 육지와 다름없는 경계선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NLL 월선 행위가 불법이라는 사실에는 동의하면서도 NLL 남쪽 수역을 가리키는 용어에는 약간의 견해차를 보이고있다. 우리 정부는 이 수역을 배타적 주권이 미치는 「사실상 영해」라고 부르고 있으며 일부 학자들도 이에 동의하고 있다. 우리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특히 국방부는 『NLL은 국제법상 실효성 및 응고의 원칙이 수용된 것으로 남북한간의 분명한 해상경계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수역이 국제법상으로 우리 영해가 아닌 공해라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국제법상 영해란 특정 주권국가가 3해리 또는 12해리 범위에서 설정하고 주변국가와 상충될 경우 서로 협의해서 인정하는 개념이라는 것이 이러한 주장의 배경이다.
일부 전문가들은「영해」여부에 얽매이지 말고 기존 관할수역을 확고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교수는 『영해는 영토를 기준으로 부근의 인접한 바다를 가리키므로 영토가 전제가 돼야 한다』며 『북한이 자기 영토를 기준으로 주장하는 영해 논쟁에 휩싸이는 것 자체가 북한의 의도에 말려드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우리 해군의 북한 경비정 밀어내기와 관련, 월선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협상과정에서 북한측의 재산및 인명피해를 배상하지 말 것을 정부에 권고하고 있다. 김교수는 『88년 소련 해군이 흑해를 침범한 미 군함을 밀어내기(Bumpering)했지만 미군의 피해를 배상하지 않았다』며 『섣부른 손해배상은 NLL 자체의 무효화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이상연기자 kubr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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