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퇴임… 음베키 승계 -넬슨 만델라(81) 남아공 대통령이 마침내 「명퇴」했다. 대통령 이·취임식은 16일이지만, 타보 음베키(57) 부통령이 14일 의회에서 차기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대통령」 만델라에게 남아 있는 정치일정이 사실상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40여년에 걸친 아파르트헤이트(흑백인종차별정책) 철폐투쟁, 27년간의 감옥생활을 거쳐 남아공 최초의 흑인대통령에까지 오른 그의 인생역정은 자체가 격동의 남아공 현대사이다.
취임하는 음베키 차기 대통령보다 떠나는 만델라의 일거수 일투족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도 민주화와 인권수호에 바친 그의 족적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94년 만델라의 대통령 취임은 남아공이 민주공화국으로서 재탄생하는 것을 의미했다. 사상처음 피부색깔에 관계없이 평등한 선거권이 주어졌고, 흑인과 백인이 한 교실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됐으며, 동시에 백인정권에서 흑인정권으로 세계사에 유례없는 수평적 정권교체를 평화적으로 실현했다.
지난해 12월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의장직을 음베키 부통령에게 넘기면서 집권초부터 공언해온 「99년 6월 퇴임」 약속을 행동으로 실천했다. 세계는 그의 정치적 양심이 일천한 역사의 남아공 흑인정부를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민주주의의 귀감으로 승화시켰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고있다.
본래 이름이 넬슨 롤리랄라 만델라인 그는 1918년 7월18일 남아공 트란스케이에서 템부족의 족장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열살때 족장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으나 이를 포기하고 신학 등 서구학문을 공부하면서 남아공의 모순과 현실에 눈을 떴다.
44년 올리버 탐보, 월터 시술루와 함께 ANC 청년동맹을 결성했다. 「무기수 만델라」「노벨평화상 수상자 만델라」「남아공 최초의 흑인대통령 만델라」 라는 화려한 그의 역정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2일 실시된 남아공 총선에서 집권 ANC에 압도적인 승리를 안겨 준 만델라는 선거가 끝난 뒤 『퇴임후 고향으로 돌아가 어릴 적 뛰놀던 작은 언덕과 냇가를 거닐며 인생을 마감하고 싶다』 고 말해왔다. 그러나 이날 음베키의 차기 대통령 당선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그는 지난 대통령 시절을 이렇게 회상했다.
『아파르트헤이트가 남기고 간 사회적 상처와 경제 불균형을 치유하기에 5년이란 시간은 너무 짧았습니다』
/황유석기자 hwang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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