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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새 경찰상' 실천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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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새 경찰상' 실천이 문제다

입력
1999.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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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조모(34)씨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역주변을 지나갈 때면 언제나 가슴이 두근거린다. 남보다 얼굴이 험상궂다는 「죄」로 역주변을 지나갈 때마다 어김없이 불심검문을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중순 애인과 함께 청평으로 놀러가기 위해 서울 청량리역을 찾았던 김모(27)씨는 갑자기 신분증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는 경찰관에게 몇마디 불평을 던졌다가 결국 파출소까지 끌려가는 봉변을 당했다.이들처럼 특별한 경우는 아니더라도 그동안 거리를 지나거나 차를 타고가다 경찰의 불심검문을 한번도 당해보지 않은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경찰청이 15일 기소중지자 검거를 위해 앞으로 거리에서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던 검문검색을 없애기로 한 것은 이같은 「민원(民怨)」을 의식한 것이다.

아울러 「얼굴이 험상궂다」는 식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르거나 무조건 실적을 올리기 위해 「저인망식」으로 검문검색을 함으로써 시민들이 느껴온 불쾌감이 그만큼 높았다는 얘기도 된다.

하지만 강제규정이 없고 검문검색을 할 수 있는 「특별한 경우」에 대한 경찰관의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은 찜찜하다. 이번 지침이 수사권독립논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과시적 「상품」이 아니냐는 얘기다. 일선 경찰서의 한 경찰관도 『개인별 「할당건수」는 여전히 남아있고 업무에 쫓기는 상황에서 과연 비교적 손쉬운 검거방식인 검문·검색이 사라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경찰상 구현을 위한 의욕도, 취지도 좋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실천 가능한 「현실성」이라는 점을 경찰수뇌부는 잊어서는 안될 것 같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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