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옹진군 송림면 대연평도 섬 정상의 106고지. 육안으로도 확연히 식별되는 적함을 향해 쭉 뻗은 20㎜ 발칸포의 위용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해병대 연평부대 소속인 이곳에는 포반장 이현(李現·25)하사 외 6명의 장병이 주야를 가리지 않고 적의 침탈에 대비하고 있다. 나흘째 전군에 비상경계령이 내려진 지금 물한모금, 밥 한수저 떠 먹는 것도 부담이 된다. 황해도를 비롯한 북한 도서가 또렷이 보이는 이곳에선 한 순간의 방심이 그대로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선 아군측 함정과 북한측 경비정 및 어선들의 움직임이 선명하게 관측된다. 지금도 북한경비정의 스크루가 만들어내는 흰물결이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여차하면 분당 3,000발을 쏟아내는 발칸포가 적함을 여지없이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릴 기세다.
『나라를 지키는데 신세대 구세대 구별이 어디있습니까. 저는 대한민국 최전선을 수호하는 해병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앳된 얼굴의 이치우(李治雨·22) 병장의 서슬퍼런 기세에는 일격에 적을 패퇴시키겠다는 굳은 의지가 담겨 있었다.
산에 106고지가 있다면 해안에는 해병수색대원들이 있다. 적의 침투로로 예상되는 ○○해수욕장에는 지금 탱크까지 배치돼 불철주야 해안선감시에 여념이 없다. 김경수(金慶洙·22)상병은 『여기가 뚫리면 나라가 망한다는 각오로 근무에 임하고 있다』며 『연일 계속되는 근무로 몸은 힘들지만 정신만은 또렷하다』며 필승의 의지를 밝혔다. 연평도=이주훈기자 ju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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