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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소주와 맥주, 그리고 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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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소주와 맥주, 그리고 세금

입력
1999.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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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술을 마실 땐 세금을 함께 마신다. 정부가 최종적인 술소비자에게 주세(酒稅)를 부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세금은 술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소주의 경우 원가의 35%가 세금으로 붙어있다. 위스키는 세율이 100%이므로 마시는 위스키 값의 절반이 세금이다. 주세가 130%인 맥주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이다. 맥주는 원가보다 세금이 오히려 30%가 더 많으니 맥주를 마시는지, 세금을 마시는지 모를 일이다.▦이러한 주세가 조만간 바뀐다. 세계무역기구(WTO)가 한국시장에서 위스키와 소주의 세율이 다른 것을 부당하다고 판정, 2000년 1월31일부터는 동일하게 조정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방법은 대략 두가지이다. 소주의 세율을 100%로 대폭 올려 위스키와 같게 하거나, 소주세율을 일부 올리고 위스키세율은 일부 내려 동일하게 하는 것이다. 어느 경우든 내년부터는 2홉짜리 소주 1병의 소비자가격이 1,000원선에 이를 전망이다.

▦맥주업계도 부산하다. 주세율을 조정하는 김에 맥주업계도 기회를 놓칠세라 맥주세율을 130%에서 75%로 낮춰 달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특이한 점은 맥주업계가 특정 홍보회사를 공동으로 지정, 맥주세율을 내려야 하는 근거와 필요성을 대중적으로 확산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전 같으면 정부나 정치권에 대한 비공식 로비에 매달리고 있을텐데 이번에는 행태가 다르다. 갈수록 무엇이든 공식화하는 사회적 추세를 반영한다.

▦소주는 「막술」이고, 맥주는 「귀족술」이라는 50년대식 생각은 이미 깨졌다. 소주업체들은 경쟁적으로 특이한 제조공정을 속속 도입해서 새로운 소주들을 내놓고 있고, 「독하고 값만 비싼」 위스키 보다 국산소주가 오히려 낫다는 평판이 퍼지고 있다. 맥주는 원액 값으로는 ℓ당 693원으로 소주의 1,008원 보다도 더 싸다. 술의 위상도 시대와 사람들의 기호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다. 조만간 이뤄질 주세율 개편에서 각종 술의 위상이 어떻게 조정될지 주목거리다.

/홍선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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