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MIT대 앤드류 로 교수가 쓴 「월가 똑바로 걷기(A Non-Random Walk Down Wall Street)」라는 책이 화제가 되고 있다. 『주가는 주정뱅이처럼 제멋대로 걷기 때문에 전망은 의미가 없다』고 단언한 버튼 맬키엘교수의 고전 「월가 제멋대로 걷기(A Random Walk -)」를 반박한 책이다.로 교수처럼 주가를 예측할 수 있다는 사람들이 중요시하는 지표 가운데 하나가 거래량이다. 그래서 「주가는 거래량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까지 있다. 실제로 지난달 10일 종합주가지수가 814.24로 전고점을 기록했을 당시, 이틀전 거래량은 3억8,300만주까지 올라갔다. 올1월 11일 단기 피크에 이르렀을 때도 거래량은 3억3,000만주까지 폭증했었다.
주가가 이달초 상승을 시작하자 증시전문가들은 거래량이 지난달초 전고점 수준에 한참 못미친다는 점을 들어 아직 시기상조라는 분석을 했었다. 하지만 10일 주가는 2억3,000만주의 거래량만으로 보란듯이 연중 최고기록을 깨버렸다. 그림자(주가)가 몸통(거래량)에게 반란을 일으킨 셈이다. 여전히 거래량증가세가 주가에 뒤처지고 있어 단기폭등은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그러나 하루뒤인 11일 거래량이 증가했고 5일 거래량 이동평균선이 20일 이동평균선을 아래에서 위로 돌파하는 「골든크로스」가 발생한 점은 거래량증가세가 가속화하고 이에 따라 주가가 추가상승하리라는 해석도 가능하게 한다. 이번주초 거래량의 움직임은 주가방향을 짐작케 할 것이다.
거래량은 개별종목의 주가방향 판단에도 중요한 변수가 된다. 최근 주가가 급등한 A기업의 주가를 보자. 7,000원대에 불과하던 주가가 지난달 중순 2만1,650원으로 고점에 달하기 이틀전까지 거래량은 열흘동안 2만1,510주에서 14만주로 7배나 폭증했다. 거래량이 「상투」를 찍은 뒤 주가는 1만6,000원까지 내려왔지만 다시 9만7,000주 수준으로 거래가 늘면서 지난달 25일에는 2만1,000원대를 회복했다. 이 종목은 작전세력이 개입한 흔적이 없지 않지만 이런 주식일수록 「거래량 상투」시점을 잘 짚어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
주가가 제멋대로 걷는다고 넋을 놓고 있을 게 아니라 이럴수록 차분하게 거래량의 움직임을 관찰해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navid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