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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세상] 징크스는 '실수의 도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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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세상] 징크스는 '실수의 도피처'

입력
1999.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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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 보면 어김없이 볼을 집어넣고 마는 골퍼. 러프속에 숨은 OB 말뚝을 용케 발견해내곤 드라이버샷을 망치는 골퍼. 벙커에 들어갔다 하면 2~3타를 치는 골퍼.긴 퍼팅은 잘도 넣으면서 1m정도의 짧은 퍼팅을 놓치는 골퍼. 그늘집에서 자장면을 먹고 나면 무너지는 골퍼. 특정 번호가 찍힌 볼로 플레이하면 꼭 OB를 내고 마는 골퍼.

골퍼들의 징크스를 꼽으라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골프와 전혀 상관없는 것에서도 징크스를 만들어내 거기에 구속되기까지 한다.

고대 그리스에서 신이 예언할 때나 마법을 부릴 때 사용되었다는 새의 이름에서 유래된 징크스(Jinx)는 불길한 조짐이나 불운을 상징하는 말이다. 징크스라는 새는 특히 골퍼들을 좋아해서 골프장에서 많이 서식하는 것 같다. 악령처럼 골퍼들에게 달라붙어 괴롭히고 골탕먹인다.

그러나 징크스를 갖게 된 계기나 이유를 곰곰이 따져 보면 징크스가 얼마나 근거없고 터무니없는지 깨닫게 된다. 징크스는 간사한 인간의 마음이 순간의 실수를 합리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도피처일 뿐이다. 실수의 탓을 자신이 책임지지 않고 그 아픔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낸 허구의 함정일 뿐이다.

인간의 상상력은 불가능한 일을 이뤄내는 위대한 힘과 함께 존재하지도 않는 불행과 불운을 만들어내는 괴력을 지니고 있다.

인도의 성자 오쇼 라즈니쉬의 「지혜로운 자의 농담」에 상상력이 만들어낸 징크스의 속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우화가 있다.

전신마비 증세로 걷지 못하고 자리에 누워 있던 한 중풍환자의 집에 불이 났다. 함께 있던 다른 사람들은 모두 빠져 나왔는데 그는 미쳐 빠져 나오지 못했다.

불길이 드세어지자 다급해진 그는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벌떡 일어나 집밖으로 뛰어나왔다. 사람들은 불타는 집에서 달려나오는 그를 보고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아니 당신은 중풍환자였는데?』 이 소리를 듣는 순간 그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우화의 주인공은 질병보다는 자신이 걸을 수 없다는 마음의 징크스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지독한 징크스도 마음을 주지 않으면 한순간에 사라진다.

/방민준 편집국 부국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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