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金鍾泌)총리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외국 순방에 나서기에 앞서 12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운영에 협조를 당부하면서 25일 귀국후 만날 것을 제의했다.김총리가 해외순방에 앞서 야당 총재에게 협조를 요청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이총재에게 회동을 제의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물론 김총리의 이같은 제안은 비공식적인 것으로 귀국후 공식 제안을 다시 제안할지, 또 이를 이총재가 수용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총리실 관계자도 『회동 제의는 공식적인 것으로 볼 수 없으며 출국인사 과정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크게 무게를 둘 필요가 없다』며 『액면 그대로 받아 들여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김총리의 국회운영 협조 요청이나 회동 제의가 「고가 옷 로비의혹」 및 「조폐공사 파업유도」의혹사건 등으로 정국이 또다시 교착상태에 빠진 시점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의례적인 출국인사만은 아닐 듯싶다.
최근 정국수습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김총리가 대야관계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내각제 담판 등으로 시끄러워질 9월이후 정국에 대비, 내각제에 대한 이총재의 의중을 타진하려는 의도도 다분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총리는 이미 국회답변과정에서 『때가 되면 야당 지도부와도 내각제 얘기를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김총리는 「출국인사 전화」 한 통화로 여야 대결국면 해소에 일조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한편 9월이후 정국을 내다보면서 한 수를 걸친 것이라는 해석들이다.
/홍윤오기자 yo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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