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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정권의 개혁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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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정권의 개혁 딜레마

입력
1999.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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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새로 들어서면 통과의례처럼 반드시 하는 일이 있다. 개혁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 시대의 개혁은 숙명적 딜레마를 안고 있다.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야 하지만, 누구도 그 과거에서 완전하게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권을 잡으면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자신들이 몸담았던 「과거」는 물론 이같은 숙명을 싹 잊어버리려 한다.■7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 도심에는 뱀을 이용한 약장수가 많았는데, 이들은 뱀이 영험한 동물이라는 것을 과장하기 위해 『뱀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이슬을 먹고 산다』고 거짓말을 했다. 순진한 도시사람들은 그걸 믿고 뱀으로 만든 약을 많이 샀다. 뱀을 깨끗한 이슬과 결부시킨 약장수의 선전술에 말려든 것이다. 뱀은 그러나 개구리 들쥐를 먹고 산다. 하늘에서 내린 이슬을 먹고 산 것처럼 과거를 포장하는 정권의 행태, 과연 이런 약장수들과 다를게 무엇일까.

■그래선지 문민정부는 정권을 잡자마자 막바로 상해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었다고 했다. 그바람에 1공화국의 이승만정부부터 6공화국 노태우정부까지는 한마디로 뭣도 아닌 것이 돼버렸다. 개혁구호로 「신한국 창조」를 내세웠다. 그러나 개혁이 제대로 이뤄져 신한국이 됐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지금 없다. 신한국이 아니라 「IMF 한국」이 돼버렸으니까. YS는 대통령재임중 돈 한푼 안받고 칼국수로 청빈한 생활을 했다지만, 아들 현철씨는 재판을 받고있다.

■국민의 정부도 예외없이 개혁작업을 펴고있다. 「제2건국」이 개혁의 구호인듯 하다. 개혁은 국민이 공감하고 따라줘야 성공한다. 국민의 공감을 얻으려면 개혁의 목적이 이롭고 선해야 하며, 그 바탕에 도덕성이 있어야 한다. 역대정권의 개혁 단골메뉴중 하나는 지역안배였으나 말대로 지켜진 적은 없었다. 얼마전 단행된 국세청 인사가 그런 점에서 관심을 끈다. 국세청 청장을 포함, 요직인 서울청장 경인청장 본청조사국장에 누가 앉았는가를 살펴 볼 일이다.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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