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정부가 내놓은 「공직기강 쇄신대책」은 당장 「공직자 10대 준수사항」을 총리훈령으로 명문화해 시행한 뒤 올 하반기에는 「부패방지 기본법」을 포함한 부패방지 종합대책을 마련한다는 것이 요지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고가 옷 로비의혹」사건을 계기로 「획기적인」공직기강확립 대책 마련을 지시한지 10일만에 정부가 부랴부랴 내놓은 안이다.행정자치부는 당초 8일 국무회의에 공직기강 쇄신책을 보고키로 했으나 김대통령의 강화·보완지시에 따라 수정작업을 해왔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대책들도 지금까지 소개됐던 것들과 별반 다를 게 없는데다,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것들이 대부분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공직자 10계명」이라 할 수 있는 10대 준수사항은 「고가 옷사건」에 따른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 졸속으로 만들어졌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위공직자 부인 모임의 전면 해체. 전체 공직자들의 행동준칙에 포함시키기에도 어색한 조항인데다, 공식 모임의 금지가 곧 부패방지효과를 거두리라는 것은 너무나 안이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직위를 이용한 경조사 고지를 금지하고 축·조의금의 경우 간부급은 아예 접수를 금지하며, 중·하위직에게는 2만원 이하로 제한하는 조치도 관혼상제를 중시하는 우리 풍토상 현실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화환배달 금지는 전국화훼업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킬 게 뻔하다.
5만원을 초과하는 선물수수 금지 규정의 경우도 5만원까지는 받아도 괜찮다는 얘기인지 취지가 분명치 않다. 호화유흥업소·고급의상실 등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조항도 지극히 모호하고 현실성이 떨어지는 전시형 발상이란 비판을 받을 만하다.
이와 함께 정부가 추진중이라는 「부패방지 종합대책」도 이미 몇차례 나온 내용을 재탕, 삼탕한 것으로 공직부패 척결을 위한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홍윤오기자 yo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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