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를 달랠 카드도, 압박할 명분도 모두 잃어버렸습니다』정국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검찰의 조폐공사 파업유도 의혹으로 노동부가 말못할 속앓이를 하고있다. 행여 이번 파문의 불똥을 맞을까봐 입조심, 몸조심하고 있지만 앞으로 벌어질 사태의 향방을 몰라 좌불안석이다.
노동부의 한 간부는 10일 『사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다 해도 향후 정부의 「말발」이 노동계에 먹히겠느냐』며 『최후의 보루라 할 공권력의 도덕성이 무너진 만큼 향후 노사문제를 풀기가 쉽지 않다』고 허탈해했다. 이 관계자는 『노동계는 구속된 조폐공사 노조간부뿐만 아니라 다른 불법행위로 구속된 노동자들까지 「공작의 희생자」라는 주장을 펴며 석방공세를 강화할 것』이라며 『노사분규시 막후중재를 해온 노동부의 개입도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실제 민주노총의 한 간부는 『투쟁의 동력을 모두 잃어버려 침체한 노동운동에 예상밖의 호재가 터졌다』며 『당분간은 검찰의 파업공작에 초점을 맞추되 이달말부터는 정리해고 철폐, 근로시간감축 등을 관철시키기 위한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사실 이번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노동부는 총파업 등 노동계의 무리한 강경노선은 한동안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 지하철 노조파업 등 노동계의 「4·5월 총력투쟁」을 「불법파업 엄단」이란 정공법으로 돌파한 만큼 노동계도 대화와 협상의 합리적 노선을 택할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다. 또 노사정위가 6개월째 공전하자 노동계의 참여를 읍소해온 연초와 달리 5월들어선 『때가 되면 노사정위에 합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느긋하게 대처해온 것도 사실이다. 이런 까닭에 현재의 노동부 처지는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노동부는 공안대책협의회를 이끄는 검찰의 눈치를 보느라 말을 아끼고 있지만 노사담당자들중 상당수는 『차제에 노사문제를 공안문제로만 접근하는 정부일각의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는 주문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공안대책협의회에 참석해보면 노사문제를 양측의 이해대립으로 보는 노동부의 시각과 치안불안 차원의 공안문제로 접근하는 검경간의 인식차를 확인할 때가 많다』며 『정부 스스로 이번 일을 거울삼아 노동운동의 현실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개방적 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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