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끝내 김태정(金泰政)법무장관을 해임할 수밖에 없었다. 「옷 로비의혹 사건」에 이은 진형구(秦炯九)대검 공안부장의 조폐공사 파업유도 발언은 김대통령으로서도 버티기 어려운 메가톤급 폭풍이었다.청와대는 우선 사건의 진위에 대해 『검찰 자체 조사에서 진부장의 발언이 취중에 나온 객담으로 결론이 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발언이 초래한 정치적 파장과 검찰의 신뢰도 추락은 적당한 미봉으로 넘어가기 불가능했다. 이 상황에서 김대통령이 김장관의 유임을 다시 선택했다면, 『민심과 맞서고 국민과 전선(前線)을 형성하는 독단』이라는 비난이 쏟아졌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김대통령은 지휘책임을 물어 김장관을 해임했다. 진부장의 발언이 사실이 아니고 김장관의 직접적 책임이 없다해도 검찰, 나아가 공직사회의 기강을 다잡을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청와대 김중권(金重權)비서실장은 발표를 통해 『진부장의 발언이 사실이 아니지만 지휘책임을 물었다』고 배경설명을 했다. 정부의 노사정책의 기저가 흔들리게 하는 의혹을 증폭시켰기 때문에 문책을 하지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김장관의 해임이 옷 사건과 무관하다는 부연설명도 했다.
그러나 김장관의 경질은 옷 사건과 진부장의 발언이 중첩된 결과라는 게 상식적인 분석이다. 김대통령은 옷 사건에서 「법적 책임이 없다」는 논리로 김장관을 유임시키며 국민정서를 되돌리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었다. 그 의지는 일반의 예상을 넘는 아주 강한 수준이었다. 청와대 측근들은 『여론은 변하는 법』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김대통령의 의지도 명백하고도 중대한 검찰의 실책 앞에서는 꺾일 수 밖에 없었다. 옷 사건의 와중에서 극심하게 이탈한 민심이 진부장의 발언으로 혼돈으로 치달을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김장관 경질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여권은 일단 김장관의 해임으로 급한 불을 껐지만, 그 후유증은 적지않을 듯 하다. 진부장의 취중발언은 기본적으로 개인적 실책이지만, 그 저변에 깔려있는 이완현상은 여권내부의 전열을 다져야한다는 압박으로 다가오고 있다. 나아가 옷 사건과 진부장 발언을 통해 확인된 민심의 이탈은 여권 핵심부에 우려스럽고 걱정스런 상황이 되고 있다.
여진도 있을 전망이다. 야당은 김장관이 해임돼 공세의 표적을 잃었지만, 진부장 발언의 진위를 강하게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에는 힘들고 고단한 6월이 아닐 수 없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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