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펼쳐진 사바나 초원, 이국적 정취를 흠뻑 자아내는 동아프리카 해안, 북부의 황량한 사막, 케냐산과 킬리만자로산의 만년설 등 다양한 자연 환경만큼이나 케냐에는 40여 부족들이 고유한 언어와 문화를 가지고 살고 있다.반투계통의 키쿠유, 루야, 아캄바부족, 니일로틱 계통의 루오, 마사이부족, 쿠쉬틱 계통의 소말리, 오로도족 등 다양한 부족들이 케냐문화의 모자이크를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탈부족화(detribalization)도 급속히 이뤄지고 있다.
탈부족화는 국민적 일체감 조성이라는 긍정적 측면과 부족의 전통적 가치와 문화의 상실이라는 부정적 결과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한편 부족전통의 수호와 계승이라는 미명하에 인간의 기본적 권리와 존엄성을 유린하고 자유를 속박하는 풍습이 잔존해 있어 이의 존폐를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아프리카 최대 담수호인 빅토리아호 부근에서 살고 있는 루오족의 경우 형제가 죽으면 살아있는 형제들이 죽은 형제의 부인을 자신의 부인으로 맞아 들이는 풍습이 남아 있다.
많은 케냐 사람들은 취수제가 시대 착오적이고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악습 철폐를 외치지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악습은 에이즈와 성병의 창궐에도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케냐에서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는 풍습으로는 서부지역에 거주하는 루야족의 일부다처제, 키시및 메루족의 여성할례제(인권운동가들은 이를 「여성생식기 절단」이라고 부른다) 등이 있다. 신세대 케냐인들은 이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이러한 의식역시 계속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전통문화의 가치는 인간존엄성의 구현과 참다운 문화창달에 기여할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부족국가에서 민족국가로 이행하고 있는 케냐에서 정치 민주화와 경제발전뿐만 아니라 전통문화 가치를 재해석하고 이를 창조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난제도 함께 풀어야 할 것이다.
/윤원석 KOTRA 나이로비 한국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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