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에 10시간씩 코트서 비지땀-「1,000명과 20명」.
서울대 농구부의 포워드 조성호(26)는 대뜸 숫자부터 들이댔다. 『가령 1,000명중에서 10명을 뽑는 방법과 20명중에서 10명을 뽑는 방법이 있다고 했을때 어떤 방법을 택하시겠습니까』 『…』『당연히 전자의 방법이죠. 그런데 우리는 후자에요』
학원스포츠 얘기였다. 엘리트 위주의 우리나라 학원스포츠에 대한 비판을 조성호는 숫자로 풀었다. 머리로 뽑아낸게 아니라 자신의 경험이 뒷받침된 비유였다. 그는 일주일에 10시간여씩 코트에 땀을 쏟는 농구선수이자 도서관과 강의실에서 두꺼운 수학책을 파고드는 수학과 학생이다.
서울대 농구부는 대학농구연맹 2부리그에 등록된 팀이다. 2부리그 대학중에서도 고교선수 출신 특기자가 없는 말그대로 순수 아마추어 팀이다. 조성호는 그중에서도 특이하다. 다른 선수들이 모두 체육교육학과 학생인데 비해 유일하게 타과(他科)인 수학과 학생이다.
그는 운이 좋았다. 대전 대덕단지 화학연구소의 연구원인 아버지는 한번도 공부하란 말을 하지 않았단다. 대신 어려서부터 운동이란 운동을 다 했다. 농구는 물론이고 태권도에서 테니스 수상스키까지. 「공부는 못해도 좋지만 운동을 못하면 안된다」는게 조성호 집안의 분위기였단다.
2학년때 농구부에 지원했다. 체육교육학과 학생외에는 안된다는 배타적인 분위기도 있었지만 조성호의 열성에 금방 누그러졌다. 일주일에 3~4일, 하루 3시간여의 운동시간이 빡빡하지만 살을 부대끼고 뛰는 맛, 숨이 턱턱 막히는 고통을 즐기다보면 그 시간은 짧다.
그런데 서울대 농구부가 순수 아마추어팀이라고 해서 「연전연패」를 예상해선 안된다. 서울대 농구부는 4월 춘계연맹전에서 2부리그 3위에 입상했다. 어려서 농구만해온 선수들이 뛰는 10여개팀중에서였다. 조성호의 해석은 이렇다. 『오로지 농구만 하는 선수들이 개인기와 체력에서는 뛰어나지만 창조성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팀이 좋은 성적을 낼수 있었던 것은 엘리트 스포츠팀과는 뭔가 다른 분위기 때문이죠』
뭔가 다른 분위기. 조성호가 말한 이것이 지금의 한국 학원스포츠에는 없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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