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드디어 「국제무대」로까지 활동범위를 넓혔다. 3일 일본에 도착한 첫날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일 독설을 쏟아내며 뉴스거리를 만들어냈다.사실 김전대통령의 방일은 일본내 2개 대학의 초청강연이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일본에서의 「발언록」을 훑어보면, 강연보다는 애초부터 「정치적 부활」을 노린 명분쌓기용 일정이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우선 현 정권에 대한 반복된 비난공세는 그렇다쳐도, 퇴임후 「환란(換亂)」문제를 첫 공개언급하면서 당시 야당측에 일방적으로 책임을 떠넘긴 것부터가 납득키 어렵다. 경위가 어떻든 최소한 전직 국가원수로서 정책실패에 대해 솔직한 인정과 사과가 선행됐어야 옳았다. 문민정부의 치적에 대한 장황한 자랑도 마찬가지다. 이런 아전인수식 논리는 급기야 자신의 공으로 인해 현재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가능했다는 결론으로까지 이어졌다.
물론 김전대통령의 주장에 일견 타당한 부분이 있고, 평가받을 업적도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김전대통령의 이같은 언행은 전직 국가원수가 굳이 외국에까지 나가서 할 것은 전혀 아니다.
국내언론이 그나마 김전대통령을 「정치현실」로 인정, 나름대로 「대우」한데 비해 정작 현지 일본 언론은 김전대통령의 방일을 줄곧 외면했다. 무대는 「국제」였지만 언행은 철저한 「국내용」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뉴스의 질을 평가하는데 공식화한 기준은 없으나 대체로 타당성, 시의성, 참신성, 주목성 등이 감안된다. 이런 원론적 측면에서도 김전대통령의 언행은 이미 안팎에서 뉴스로서의 가치를 잃었다.
도쿄(東京)=김성호정치부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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