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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생명'을 도둑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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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생명'을 도둑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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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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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간 45주년 특집] '생활속의 생명운동' -우리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 농약, 중금속, 세균, 환경호르몬, 항생제, 전자파…. 우리가 먹는 음식과 숨쉬는 대기, 주거시설 등 생활공간 곳곳이 유해물질로 넘쳐나고 오염돼 피할 곳이 없다.

사라졌던 전염병이 다시 창궐하는가 하면 인간의 면역체계를 파괴하는 새로운 물질들이 속속 생겨나 인류의 대재앙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일보는 이에 따라 우리 생활공간 깊숙이 들어와 생명을 위협하는 온갖 유해물질의 실상을 고발하고 안전대책을 강구하는 캠페인을 연중 기획으로 시작한다. 【편집자】

캐나다의 미생물학자 줄리앙 데이비스박사는 『지난 50년간 수억개의 항생제가 환경 속으로 방출됐다. 이제 지구는 항생제 용액으로 목욕을 하고 있는 격이다』라고 항생제 남용에 대해 경고했다.

하지만 지구를 오염시키는 게 어디 항생제 뿐인가. 우리는 지하철과 버스에서, 또는 바람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 사무실에서 수백가지 유해 화학물질과 함께 살고 있다. 또 스스로 화학물질을 남용하고, 하수구에 흘려 보내 오염물질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피곤한 몸을 눕히는 집안은 또 어떠한가. 가구와 카펫, 전자제품에선 환경호르몬과 전자파가 마구 뿜어져 나온다. 드라이클리닝한 옷과 화장품에도 유해물질이 가득하다.

먹고 숨쉬고 생활하는 공간 어디에도 안전지대는 없다. 전문가들은 암, 무기력증, 두통, 우울증 등 많은 질병들이 유해한 환경 때문에 빚어지는 것으로 추정한다. 개인이 아무리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더라도 우리가 알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유해물질들이 우리 몸을 좀먹어 들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유해물질과의 전쟁에 나서야 한다. 우리 생명을 보호하고 후손들에게 안전한 생활공간을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유해물질에 대한 안전규제기준 등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우리 생활공간을 위협하는 유해물질의 실태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최신 연구결과를 토대로 점검해 본다.

◆식품오염

현재 전 세계로 번지고 있는 벨기에산 돼지고기의 다이옥신 오염파문은 식품오염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다이옥신은 문명의 발달이 만들어낸 대표적 부산물. 쓰레기 소각장이나 화학공장, 자동차 등에서 배출돼 우리가 섭취하는 모든 종류의 음식을 오염시키고 있다.

환경이 오염되고 농약과 식품첨가제 사용이 일반화하면서 식품오염은 생명에 대한 가장 치명적 위협이 되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은 미국산 소에 투여되는 성장호르몬 에스트라다이올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자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를 취해 미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

선진국들이 이처럼 연구결과만으로도 즉각적인 금수조치를 취하는 데 반해 국내에서는 식품의 제조에서 유통에 이르기까지 안전성을 확보하는 장치가 전혀 없고, 당국도 무관심으로 일관해 소비자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환경호르몬

인간의 생식능력을 떨어뜨리거나 기형·성장장애를 유발하는 환경호르몬의 위협도 심각하다. 세계야생보호기금(WWF)이 분류한 환경호르몬은 음료수 캔의 내부 코팅제로 쓰이는 비스페놀A 등 모두 67종. 이 중 41종이 농약이다.

서울시가 97년 1월부터 지난 해 6월까지 가락동시장에 반입된 각종 채소를 조사한 결과 깻잎, 부추, 얼갈이 등에서 환경호르몬으로 지목된 엔도술판 등 4종의 농약이 기준치의 120배까지 검출됐다.

수입 원료로 만든 당근·대추음료, 컵라면 용기와 음료수 캔, 아기가 사용하는 젖병과 치아발육기, 식품 포장용 랩에서도 환경호르몬이 검출됐거나 논란이 되고 있다.

일본과 덴마크에서는 환경호르몬 오염으로 남성의 정자수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고, 국내서도 비슷한 연구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전자파

일상생활에서 매일 접하는 TV, 컴퓨터, 핸드폰, 의료기기 등 각종 장비에서 방출되는 전자파가 고환암, 알츠하이머병, 유산, 피부질환 등을 초래한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과학자들은 전자파가 인체 호르몬 분비의 이상을 초래, 인체의 면역체계를 파괴함으로써 각종 질병을 일으킨다고 주장한다.

영국의 생물학자 로저 코그힐은 핸드폰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인체의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백혈구를 파괴한다고 주장했다. 전자파가 뇌암에 걸릴 위험을 높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근 한양대의대에서 VDT를 사용하는 전화국 여성교환원들을 조사한 결과 월경주기가 불규칙한 경우가 입사전보다 14.5%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스웨덴 등에서는 고압선로에서 40㎙ 이내에 사는 어린이들이 백혈병으로 사망한 숫자가 다른 어린이들에 비해 2~3배 정도 높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유전자변형식품

초강력 제초제를 뿌려도 죽지않는 옥수수, 배만한 크기의 딸기, 토마토와 사과를 합성한 과일…. 유전자변형식품은 21세기 식량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수천년간 자연식품에 길들여져온 사람이 이를 장기 섭취할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전문가들은 알레르기나 독소가 발생하고 항생제에 내성(耐性)이 생기는등 잠재적 위험이 존재한다고 경고한다. 제초제 저항성 유전자를 조작한 작물이 환경에 방출돼 다른 작물로 옮겨갈 경우 어떤 제초제에도 죽지 않는 슈퍼작물이 탄생하는 등 생태계의 교란도 우려된다. 생물체의 다양성이 상실될 가능성도 있다.

◆대기오염

국내에서 문제가 되는 대기오염물질은 아황산가스, 부유분진, 오존 등이다. 대기오염은 만성기관지염, 폐기종, 폐암, 기관지천식의 발생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서울대병원 김유영교수팀이 94년 서울과 청주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천식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 서울이 청주보다 25%나 높았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지난 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서울의 대기는 이미 인간에게 적합한 생활환경으로서 가치를 상실해 가는 과정』이라고 경고했다.

◆방사선

방사선이 인체를 투과하면 세포환경에 유지되던 힘의 평형이 깨져 DNA가 손상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일부 DNA가 완벽하게 복원되지 않거나 죽으면 돌연변이 형태로 남아 암을 유발할 수 있다.

영국의학연구평의회는 최근 우주방사선에 노출돼 있는 항공기 승무원이나 항공여행을 자주 하는 사람들은 백혈병 뇌종양 전립선암 등에 걸릴 가능성이 2배 이상 높다고 발표했다.

◆중금속

전국의 농토가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 증가로 크롬, 시안, 납, 아연, 비소, 수은 등 중금속에 오염돼 가고 있다. 하천과 토양에 마구 버려지는 폐수와 농약살포로 인해 어류나 조류가 떼죽음 당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지난 해엔 울산 공단지역 초등학생들이 암, 무기력증 등을 유발하는 납, 아연, 비소와 같은 중금속을 전원지역 학생들보다 2배나 많이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납이 몸에 많이 축적될 경우 구토, 복통, 정신착란, 빈혈, 지능저하 등을 일으킨다. 발암물질인 비소는 수족마비와 피부가 청록색으로 변하는 흑피증을, 아연은 두통과 무기력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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