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검찰주변에서 사정(司正)설이 힘을 얻어가자 그동안 각종 리스트에 이름이 오르내리던 정치권 인사들이 바짝긴장하고 있다.국민회의와 자민련 인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사정 드라이브가 걸린다면 여권도 무풍지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부패척결 원칙에 반대할 순 없지만 꼭 지금해야 하느냐』는 소리도 흘러나온다.
자칫 고급옷사건등으로 초래된 위기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돼 불붙은 민심에 기름붓는 격이 될 수 있다는 것.
특히 국민회의는 정가에 나도는 「최순영(崔淳永)리스트」와 관련해 야당의 카운터파트로 지목될 공산이 커 달가와 하지 않는 듯한 표정들이다. 실제 최순영리스트에는 여권의 실력자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리스트에 거론된 고위 여권인사의 측근은 『최회장과는 전혀 아는 사이가 아닌데 왜 그런 루머가 도는지 모르겠다』며 불쾌한 표정. 다른 국민회의 중진급 의원측도 『이름만 거명됐지 구체적인 내용이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자민련도 반발하는 기류가 강하다. 이날 열린 충청권의원 모임에선 『사정이 공정치 못한 것 같다』『시도 때도 없이 무슨 사정이냐』등등의 반발이 쏟아져 나왔다.
다만 박태준(朴泰俊)총재측은 사정방침에 원칙적인 공감을 표시해 대조를 이뤘다. 자민련은 당 중진인사가 최순영리스트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충청권의 한 의원도 소유기업이 사정의 전단계인 세무사찰을 받고 있다는 말이 나도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이다.
그러나 여권에선 『엄포용일 가능성이 크고 한보수사와 같은 메가톤급 위력은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정치개혁 일정 등을 고려해도 사정으로 인한 정국파행을 아무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순영리스트」에 오른 한나라당 의원들은 하나같이 『무슨 소리냐』며 펄쩍 뛰었다. 대부분의 거명 의원들은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측근이거나 대선당시 기획단 소속이었다는 「공통점」을 적시하며 『의도가 뻔하지 않느냐』고 배후를 의심했다.
S의원은 『최회장과는 파티 등의 모임에서 인사나 한 정도』라며 『이것이야 말로 마녀사냥』이라고 흥분했다. P의원은 『최회장이 돈을 퍼댔다면 기업이 어려워진 98년 이후일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여당이었던 97년까지 당과 최회장간에는 이렇다할 연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S의원은 『최회장은 학교 선배그룹중에서도 거의 접촉이 없었던 인사』라며 『의원실에 있는 전화목록에도 올라있지 않은 사람인데 어떻게 거래가 있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C의원은 『최회장의 「ㅊ」자도 모른다』면서 『대선기획단의 기획위원들을 한두름으로 엮어넣은 것으로 미루어 대선자금에 고리를 걸어 한나라당을 치겠다는 의도 아니겠느냐』고 되짚었다.
K의원은 『동명이인까지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사적인 대화 한번 나눠본 적이 없다』고 잘랐다. H의원과 Y의원은 『내 이름도 들어 있느냐』『일면식도 없고, 금시초문』이라고 일축했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이태희기자 taehee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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