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크게 실물경제와 금융산업등 두개의 축으로 굴러간다. 경제정책을 짜는 정부 입장에서는 어느 쪽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런데 정부조직 개편으로 새로 생긴 경제정책조정회의에 「실물경제」가 빠졌다. 자칫 출발에서부터 실물경제쪽의 주장, 산업현장의 발언이 실종되지 않을까 걱정된다.지난 5일 첫 모임을 가진 조정회의는 의장인 재경부장관을 비롯, 기획예산처장관· 공정거래위원장· 금융감독위원장· 청와대경제수석· 국무조정실장등 6명을 상시 멤버로 짰다. 이들의 면면은 금융산업과 거시경제동향을 직접 챙기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 일색이다.
실물경제부처는 한 사람도 찾아볼 수 없다. 본래 조정회의는 종전의 정부 경제팀에 전체적인 지휘자가 없다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신설한 조직이다. 그만큼 경제정책을 좌우하게 될 핵심기구이며 따라서 실물경제와 금융산업을 다 포괄하는 진용을 갖추는 것이 필수조건이다. 그런데 이런 상식이 적용되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첫 모임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첫 조정회의는 하반기 경제운용의 골격을 제시했다. 수출과 외국인투자를 더욱 지원·독려하겠다는 방안도 주요 항목중의 하나였다. 수출과 외국인투자는 산업자원부 업무다.
수출은 산자부의 전통적인 업무이고 외국인투자는 이번 조직개편으로 재경부등에 흩어져 있던 업무를 산자부로 일원화시켰다. 결국 조정회의는 담당장관이 빠진채 수출·외국인투자대책을 발표하는 어색한 모양새를 연출했다.
당초 조정회의의 구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다. 개각 직후 청와대에서의 상견례 때만해도 산자부장관이 참석했으나, 뒤늦게 국무조정실장으로 바뀌었다. 민원 부처의 참여를 배제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산자부가 업계의 이익을 대변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조정회의에서 뺀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장관들끼리의 인간적 갈등이 바닥에 깔려있다는 소문마저 들리고 있다.
민원부처 배제주장은 설득력이 약한 발상이다. 백번 양보해서 그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재경부나 금감위도 금융업계의 민원부처이니 일관성있게 함께 조정회의에서 배제돼야 마땅하다.
더구나 그러한 주장은 경제현실을 수시로, 또 제대로 파악하고자 하는 조정회의의 신설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소극적인 발상으로 산적해 있는 난제들을 풀어갈 수 있을 지 우려된다. 조정회의의 멤버를 다시 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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