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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비웃는 '3인의 도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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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비웃는 '3인의 도망자'

입력
1999.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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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 기술자」이근안(李根安·60), 「신출귀몰 탈옥수」신창원(申昌源·32), 「병무비리 해결사」 박노항(朴魯恒·48). 수년째 경찰과 경찰, 군수사단등 난다긴다하는 수사당국의 추적을 비웃으며 「해외밀항설」「성형수술설」「내부은닉설」까지 나도는 이들 「도망자 3인방」은 도대체 어디에 숨어있는 것일까. 제각각 독특한 경력과 범죄행각을 가진 이들의 행적이 신창원의 천안출몰을 계기로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고문기술자로 통하는 이씨는 경기도경 공안분실장을 지낸 전직 경찰관이며, 병무비리의 「몸통」으로 수배를 받고있는 박씨는 27년 동안 군헌병 요직에서 잔뼈가 굵은 수사관. 신은 15세때부터 교도소를 들락거린 전과 4범의 살인강도 무기수다.

이씨는 89년 12월 전민청련 의장 김근태씨 고문혐의로 수배를 받자 잠적, 10년째 행방이 묘연하다. 지난해에는 이씨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한 납북어부 김모씨등이 낸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져 공소시효가 2013년까지 연장되고 궐석재판이 진행중이다. 도피기간이 긴 만큼 이씨는 상부보호설, 자살설, 심지어 당국에 의한 제거설까지 수많은 추측을 낳고있다. 제보도 10여차례 있었지만 그의 진짜 얼굴은 확인된 적이 없다.

신은 97년 1월20일 부산교도소의 감방 화장실 통풍구를 뜯고 탈옥한 이후 6차례 경찰을 따돌리며 온갖 진기록을 세우고 있다. 현상금 최고 5,000만원에 수배전단만 단일사건 최고 기록인 500여만장. 그를 봤다는 신고만도 무려 4,600여건에 이른다. 그를 놓칠 때마다 수십명의 경찰관들이 줄줄이 옷을 벗거나 징계를 당해 『경찰이 신을 붙잡는 것이 아니라, 신이 경찰을 잡는다』는 말까지 나왔다.

박원사는 20여명의 병역을 면제시켜주고 8억여원을 챙긴 병무비리 사건의 주역. 병무청, 국군수도병원에서 근무하며 브로커와 병무청직원, 군의관을 연결, 허위판정 등을 받아내는 「해결사」역할을 한 그는 지난해 5월 병무비리 사건의 또다른 주역 원용수 준위가 구속되자 도주했다.

그는 「뒷돈」의 80~90%를 동료들과 공유해온 까닭에 도피를 돕는 사람이 주변에 적잖이 있으리라는 추측을 낳고 있다.

올해를 넘기면 「세기의 도망자」가 될 이들 3인방에 대해 수사당국은 『계속 수사중』이라는 말을 되풀이 하지만, 이들의 검거가 몰고올 파장이 만만치않음을 감안할 때 과연 검거의지가 확고한 지는 의문이다.

한편 검찰 경찰 군 등 국내 수사당국이 쫓고 있는 수배자는 총 23만여명. 그러나 수사과정에서 무조건 기소중지나 출국금지 시키고 보자는 식으로 수배자를 양산하고 정작 검거에는 소홀하다. 1년에 두차례씩 기소중지자 일제검거에 나서지만 정작 「거물」은 빠져나가고 「피라미」만 잡는다는 지적도 높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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