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73)씨가 환경·생명사상에 바탕한 열린 문화공간으로 건립해 온 「토지문화관」이 9일 오전 11시 개관식을 갖는다.97년 8월 15일 「토지」가 5부 16권으로 완간된 지 3년째 되는 날 첫 삽을 떠 1년 10월개월만에 완공됐다. 박씨가 80년 이후 거주하며 「토지」를 집필한 강원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570 대지 3,000여평에 연건평 800평 규모의 4층 건물로 소박하면서도 견실한 자태로 지어졌다. 토지문화관은 당초 박씨의 자택을 포함한 이 일대가 토지공사의 택지개발공사 대상지역으로 포함되자 박씨가 보상금을 내놓아 토지문화재단이 설립되고 연세대와 토지공사가 후원해 『「토지」의 산실을 살리자』는 취지로 건립이 추진됐다.
국제회의를 위한 동시통역실을 갖춘 대회의장, 첨단 영상·음향시스템을 갖춘 세미나실과 도서실 자료실 등 회의시설 및 창작과 연구·저술활동을 위해 장기투숙이 가능한 숙소시설(26개 방)을 갖췄다. 부대편의시설로는 오봉산 다섯봉우리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한 야외무대와 체육시설 휴게실 식당 등이 있다.
박씨는 『「능동적인 생명」을 위한 작은 불씨, 씨앗 하나가 되고자 하는 것이 토지문화관 설립의 뜻』이라며 『숲 속의 맑은 공간에 국내외 예술인, 학자가 모여 우리 삶과 환경의 바탕이 되는 문화와 사상의 새로운 이념정립을 통해 우리 삶의 질을 고양하고 한국문화 발전에 기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창조적이기보다 기능적 능력에 치중해 온 청소년들의 메마른 감성을 일깨워주고 자연과 삶의 이치를 깨닫게 해 21세기에 대응하는 후진을 양성하는데 토지문화관이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토지문화관에서는 국내외 학술·문화행사와 지역주민과 청소년이 참여하는 교육프로그램 등이 지속적으로 열리며, 재능있는 예술가와 신진학자들을 위한 창작·집필공간이 제공된다.
최근 「토지」의 일본어 번역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박씨는 『토지문화관도 완공됐고 이제는 다시 책상 앞에서 글쓰는 본연의 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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