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미대통령이 끝내 동성연애자인 제임스 호멜(66·사진)을 룩셈부르크 대사에 임명함으로써 미 정가에 때아닌 동성연애 논쟁이 불붙었다. 클린턴대통령은 97년10월 호멜을 지명한 이후 1년7개월동안 의회가 인준표결을 거부하자 헌법상의 예외조항을 이용, 대사 임명을 밀어부쳤다.의회내 공화당은 물론 가톨릭계 등 보수층은 클린턴의 조치를 반의회주의적 행위라고 맹렬히 비난하고 나섰으나 진보그룹쪽에서는 「용기있는 행동」이라고 환영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호멜 식품회사」의 상속인이자 시카고대 법대 학장을 지낸 호멜은 대사 지명 이전부터 자신이 동성연애자라는 사실을 공개, 공화당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클린턴은 그를 대사로 지명, 상원에 인준을 요구했고 상원 외교위원회에서는 인준안을 통과시켰으나 트렌트 로트 상원원내총무등 공화당 지도부가 인준안의 본회의 상정 자체를 거부, 이제까지 미결의제로 남아 있었다.
대통령의 인사에 관한 한 해당 위원회에서 통과되면 본회의는 그냥 통과의례의 수준이던 것이 관행이었으나 호멜의 대사임명건만은 그렇지 못했다.
미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의 대사임명은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예외조항으로 의회가 휴회에 들어가 있을 때 대통령은 대사를 임명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클린턴은 지난달 28일부터 10일동안 의회가 「현충일 휴일」에 들어간 틈을 빌어 대사 임명을 강행한 것이다. 이로써 미 역사상 처음으로 동성연애자가, 그것도 가톨릭 국가의 대사로 임명되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워싱턴=신재민특파원 jm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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