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부터 알고 지내던 유럽친구가 한국을 떠났다. 벌써 여러 명의 자비 유학생들이 한국 유학 생활을 접었다. 힘겹게 석사를 마치고 막 박사과정을 시작했는데 왜 갑자기 떠났을까. 한국 생활이 싫증나서도 더 배울 것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장학금 때문이었다.유럽친구는 그래도 운이 좋아 일정기간 동안 장학금을 받았는데 그 장학금이 끊겨 한국학 공부를 계속할 수 없게 됐다. 비영어권 유학생은 외국어 강사로 초빙될 기회도 적어 학자금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동양비교철학 전공이었던 중국친구 Y는 석사과정 내내 고학을 했으나 박사과정은 더 버틸 수가 없어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에는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다양한 장학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도 문부성 장학금이 있다. 일단 선발이 되면 규정 기한 내에 어학과정은 물론 대학원 과정까지 계속 연장돼 학비와 장학금이 보장된다. 아직 선진국 수준에 못 미치지만 중국도 1년에 한번 HSK(한어수평고시)로 약간 명의 국비 장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이처럼 자격과 기준이 명확한 외국인 장학제도가 한국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아는 한 한국에는 평등한 자격, 공정한 시험, 공평한 경쟁을 거쳐 얻을 수 있는 공개되고 투명한 유학생 장학제도가 없다. 성적이 우수한 자비 유학생을 장려하는 장학금은 더욱 없다.
성적이 우수하면 국내학생들과 동등하게 학교에서 실시하는 학비면제 장학금을 받을 수 있지만 안정된 유학생활에 필요한 학자금은 제공되지 않는다.
공식적으로는 한국에도 국가 및 민간재단의 장학제도가 있다. 그러나 신청절차·시험·자격조건이 알려지지 않는다. 여기저기 수소문해 재단으로 문의하면 『특정 경로로만 취급하고 있으니 개별 접수는 받지 않는다』는 대답을 듣는다.
정부의 모 장학금은 지원서류를 얻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외국주재 한국 대사관의 관원이 「알아서」 배부하기 때문이다. 그 지원서를 받으면 행운의 주인공이 된다. 한국의 모 명문대학에 심사도 받지 않고 무조건 입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정부의 장학금을 받으면서 열심히 공부하는 유학생도 있겠지만 딴 일에만 열중하는 장학생을 더 많이 보아왔다. 쉽게 얻은 장학금이고 절대로 박탈당하지 않는 장학금이기에 방심해 공부할 의욕이 없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장학생 선발을 담당하는 해당 공무원도 일정한 기준을 가지고 장학생을 선발할 것이다. 하지만 그 기준이 무엇인지 정말 알고 싶다.
/추웨이쿠웨이후아·서울대 국사학과 박사과정·중국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