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호 개혁' 멈출건가국제통화기금(IMF)체제 1년반. 경제성장률 종합주가지수 외환보유액 무역수지 등 주요 경제지표들이 환란(換亂)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외채조기 상환에도 불구, 우리나라의 가용외환보유액은 5월말 600억달러를 넘어섰고 올해 경제성장률이 5~6%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실물경기회복이 본궤도에 진입했다. 경제운영의 종합성적표인 종합주가지수는 지난해 200선에서 지금은 790~800으로 올라섰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98년1월 대통령당선자시절 「국민과의 TV대화」에서 밝힌 『1년반만에 IMF체제를 조기극복하겠다』는 약속은 지켜졌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개혁은 이제 초입에 불과할 뿐이다. 정부는 이제까지 경제개혁에 역점을 두어왔다. 공공개혁은 미진하다.
개혁의 종착역인 정치개혁은 아직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말만 무성할 뿐이다.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과 외국투자자들은 한국이 지금상태에서 개혁(구조조정)을 멈출 경우 제2의 환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기업 노조 소비자 정부당국자 등 경제주체들의 체질개선은 아직도 수준 이하다. IMF체제전과 다를 바 없다. 예상을 뛰어넘는 경제회복의 성과에 재벌은 물론 금융기관, 근로자, 정부, 정치권에서도 개혁이완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어 자칫 구조개혁과 경기회복의 두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위험마저 있다. 추가 구조조정이 중단된 금융부문, 고통분담을 외면하는 공공부문, 내몫찾기를 본격화하는 근로자, 오너독단경영속에 새로운 확장을 모색하고 있는 재벌등 4대 개혁과제들의 속도는 늦어지고 있다.
대량실업은 경제문제를 떠나 이미 정치·사회 문제로 비화했다. 불완전취업자를 포함한 사실상의 실업자가 225만명을 돌파했다. 개혁 없이는 제2의 도약은 물론 대량실업 해소도 불가능하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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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 1년반만의 화려한 성적표뒤에는 참담한 희생과 고통이 있었다. 대량 부도와 실업, 망가진 산업기반 등 빛을 갈망하는 그늘은 곳곳에 널려 있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이 난파위기를 극복했지만 넘어야 할 파고는 높은 셈이다. 더구나 앞으로는 국제통화기금(IMF)이라는 예인선없이 독자항해 해야 한다.
중산층 몰락과 인적자원 훼손을 불러 온 실업난 해소가 급선무다. 외환위기이후 실업자 급증속에 상용직보다는 임시·일용직이, 정규 취업자보다는 불완전 취업자가 증가하는 등 고용구조가 악화했다. 최근 실업률이 낮아지고 있으나 체감도가 떨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자리 200만개를 만들어 실업률을 올해 7%대에서 2002년 4%대로 낮추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 하지만 숫자놀음식의 일자리 창출이 설사 이뤄지더라도 고용안정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실업난이 완화하지 않고서는 사회안정도, 성장궤도의 진입도 어렵다.
몸집을 불리며 「시계」만 들여다 보고 있는 재벌의 개혁도 과제중 하나다.부채비율 200%로 감축, 상호지급보증 완전해소, 결합재무제표 작성 등 재무구조 개선 및 경영투명성 제고를 위한 조치가 추진되고 있으나 실현 가능성을 떠나 그것으로 재벌의 행태가 바뀔지 의문이다. 정부역시 그룹기조실을 해체하라고 지시하면서도 사업 맞교환(빅딜) 때는 그룹회장의 사인을 요구하는 등 재벌개혁의 비전을 분명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때 가장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았던 공공부문의 개혁도 지지부진하다. 건수만큼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는 규제개혁, 부처간 파워게임과 정치논리에 의해 변질된 정부조직개편, 생색내기식 인사시스템 개편 등 「국민의 정부」 공공부문 수술도 말잔치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붕괴된 산업기반의 복원도 빠뜨릴 수 없는 과제다. IMF여파로 중소·중견기업이 상당수 쓰러졌고, 투자는 긴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한구(李漢久) 대우경제연구소장은 『부품소재산업이 붕괴직전에 이르는 등 산업기반이 크게 훼손됐다』며 『기업가정신을 살리고 산업생산능력, 특히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비전제시와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절반의 성공에 그친 은행은 물론, 곳곳에 뇌관이 도사리고 있는 제2금융권의 구조조정도 남은 숙제다. 또한 경기지표의 급속호전으로 인해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내구재 수입 증가처럼 씀씀이가 헤퍼질 조짐을 보이는 등 도덕적 해이의 재연도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조윤제(趙潤濟)서강대교수는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경제는 달라지지 않는다』며 『지난 1년 6개월간 「불끄기」에 바빴지만 이제는 어떤 경제구조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희경기자 hk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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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한강기적' 절반은 해냈다
IMF체제 1년반이 지난 지금 『달라진 것이 뭐가 있느냐』고 반문한다면 그것은 우리 스스로를 지나치게 평가절하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굳이 태국 인도네시아등 「IMF 동료국」들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한국경제는 절대평가에서도 일단 합격점을 받기에 부족함은 없을 것이다.
비축된 실탄
외환위기는 전 금융기관이 달러부도위기에 몰리고 최후보루인 중앙은행 외환창고마저 바닥난 기본적으로 「유동성위기」였다. 그러나 비록 「빌려온 실탄」이지만 가용 외환보유액은 현재 600억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총외채(1,617억달러→1,455억달러)도 줄였고 단기외채비중(55%→22%)도 떨어뜨렸다. 이 정도면 국제금융시장의 「이지메」(집단 따돌림)도 없을 것이고 97년말처럼 「파산국민」이 될지 모른다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을 듯 싶다.
「쓰레기」도 옛말
IMF체제 돌입과 함께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투자부적격 수준으로 강등됐다. 국제금융사회에서 「쓰레기(정크)」가 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 원등급으로의 복귀는 아니지만 1년1개월만에 정크탈출 최단기록을 세우며 한국은 「투자해도 좋을 나라」로 재공인받았다.
금융·실물의 쌍끌이 회복
저금리·적자재정의 성공이었다. 저금리는 풍부한 시중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유도했다. 2,000원을 바라봤던 환율은 1,100원대로, 연 30%대의 살인적 고금리는 5%밑으로 떨어졌고, 200대를 찍었던 주가지수는 800선을 넘기도 했다.
분명 시작은 「금융(유동성)장세」였지만 전부는 아니었다. 저금리·고주가는 기업엔 채산성을, 개인에겐 소비심리를 안겨줬다. 1년반만에 성장 생산 소비 설비·건설투자등 모든 부문에서 「플러스」가 이뤄지고 있다.
아직 150만명(통계청발표기준)이 넘는 실업자가 거리를 헤매고 있지만 부도업체수는 IMF직후보다 5분의1 수준(일평균 128개→24개)으로 격감했고 1개가 쓰러지면 11개 업체가 생겨나고 있다. 「체감경기」회복도 시간문제다.
환부에 소금을 뿌린다
처음겪는 구조조정이었고 고통은 클 수 밖에 없었다. 가장 먼저 깨진 곳은 금융불사(不死)의 신화. 한편으론 부실금융기관을 시장에서 영구퇴출시키면서 다른 한편으론 64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44조원 집행), 살아남은 금융기관의 부실을 털어냈다. 정리해고와 파견근로제등 노동개혁이 이뤄졌고 공공기관인력감축, 공기업민영화등 공공개혁도 시작됐다. 경영투명성제고 상호채무보증해소 재무구조개선 핵심기업설정 지배주주책임강화등 5대 원칙하에 시작된 재벌개혁은 사상 유례없는 빅딜과 부실계열사퇴출, 자산매각등 구조조정과정을 밟아나가고 있다.
하지만 그 속도는 너무 더디다. 후퇴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경제의 「펀더맨털」을 만드는 구조조정이 멈춰버린다면 외국인자금이탈→헤지펀드공략→제2의 경제위기에 노출될 것이다. 아무리 외환보유액을 쌓고 외채를 줄여도 소용없는 일이다. 1년반의 놀라운 변화와 성과에도 불구, 겨우 걸음마를 시작한 구조조정이 더 속도를 내지 않는 한 한국경제의 IMF실험은 「미완의 성공」일 수 밖에 없고, 영원한 「IMF재학생」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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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업 언제 가능할까
우리나라는 언제쯤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졸업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을 찾기에 앞서 「졸업」의 의미부터 다시 정의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환란(換亂)극복으로만 본다면 우리나라는 이미 졸업장을 거머쥐었다. 97년 11월 72억달러까지 내려가 바닥을 드러냈던 가용외환보유액은 2일 현재 587억3,000만달러까지 늘어났다. 적정 외환보유액을 통상 경상수입액의 3개월치로 간주할 때 우리나라는 6개월치의 「비상식량」을 갖고 있어 환란에 대한 안전판은 이미 확보한 상태다.
「주권회복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면 내년말이면 졸업이다. IMF로부터 지원받기로 한 210억달러중 내년 11월까지 15억달러만 더 도입하면 더이상 정책간섭을 받지 않아도 된다. 차입금리가 높은 긴급보완자금(SRF) 135억달러도 내년이면 모두 청산하게 된다.
2~3년후면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도 가능할 전망이다. 환율,성장률,물가 등이 올해와 같은 수준이면 2002년부터, 환율이 달러당 1,100원대로 하락한다면 2001년부터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게 재경부의 추산이다. 또 내년만 무사히 넘긴다면 평균 4~5%대의 경제성장과 2~3%대의 물가상승이 지속되는 안정적인 성장궤도로의 진입도 2001년이면 가능할 전망이다.
「국민부담」으로서의 IMF체제 졸업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IMF체제와 함께 시작된 적자재정은 정부의 중기재정계획대로라면 2006년부터 균형재정으로 전환된다. 그전까지는 국민의 빚은 계속 늘어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IMF 졸업은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 튼튼한 경제골간을 만드는 것. 무너진 잔해를 걷어내고 허약한 기반을 다진 뒤 새집을 지어야 태풍에도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경제지표의 회복이나 형식적인 「주권회복」보다는 졸업의 알맹이가 중요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심상달(沈相達)연구위원은 『기업이 계속 매출늘리기에만 급급하고, 고부가가치산업보다 돈되는 모든 산업에 관심을 집중한다면 높은 성장률도 의미가 없다』며 『얼마나 빨리 구조개혁을 이뤄내느냐가 진정한 IMF졸업의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콜레스테롤 중증환자가 수치 좀 낮췄다고 건강의 표시는 아니다』라는 무디스의 지적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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