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이 러시아를 순방중이던 지난달 31일 청와대 경내에서 경찰관이 동료가 쏜 총에 맞아 숨지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그것도 대통령 집무실과 상당히 가까운 곳에서 벌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사고발생 자체를 숨겨오다 하루가 지나서야 총기 손질중 발생한 오발사고라고 속여 발표했다가 다시 정정하는 등 축소 은폐의혹까지 받고 있다.
경찰은 당초 청와대 외곽에서 근무중이던 서울경찰청 101경비단 소속 김모경장이 초소 인근에서 작업중이던 인부를 발견하고 김모순경에게 『상황을 보고하라.
보고하지 않으면 총으로 쏜다』고 말하자 김순경이 김경장의 총에 실탄 1발을 장전해 건네주면서 총열을 입안에 밀어넣고 『쏴 보라』고 말하는 순간 격발돼 사고가 났다고 발표했다.
취재기자들이 의문점을 제시하자 경찰은 단순 오발사고가 아니라는 점은 시인했으나 상부의 지시라며 자세한 내용을 아직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이같은 사고를 청와대 경내에서 발생했다는 이유로 덮으려다 유족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경찰은 사고경위를 정확히 파악해 사고현장과 수사기록을 공개해 의혹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이 집무하는 청와대는 절대적인 안전은 물론 철저한 기강이 확립돼야 한다. 청와대 근무자가 사전에 엄격한 신원조사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찮아도 민심이 어수선한데 청와대 경내에서 총기 사망사고가 나고 정확한 사고경위가 밝혀지지 않고 있으니 국민들은 불안해 하지 않을 수 없다.
요인 경호·경비에는 사소한 실수도 용납될 수 없다. 이번 기회에 대통령 경호·경비체제를 정밀하게 점검해 문제점을 시정해야 한다. 또 경호실 직원들의 불화요인은 없는지도 짚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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