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남을 도울 수 있다는 뿌듯함, 나와 다른 삶을 이해하는 마음...」요즘 내가 점자교육을 받으면서 느끼는 감정들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봉사활동이었다. 그러나 첫 수업이 끝난 지금, 점자를 배워 내가 시각장애인을 위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됐다.
첫 수업시간. 앞을 잘 보지 못하시는 장창환선생님께서 더듬더듬 찾아 건네주신 메모지에는 내 학번과 이름이 점자로 찍혀 있었다. 내 이름이 그렇게 쓰여질수 있다니…. 내가 몰랐던 세계가 와닿는 느낌이랄까. 우습지만 나는 「신기해서」 점자로 된 내 이름을 만져보고 또 만져봤다.
이어 자·모음을 점자로 찍는 연습을 했다. 점자가 6개의 점으로 조합된 것이라는 사실, 읽기와 쓰기 기준이 달라 배울 땐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써야한다는 규칙을 배우고 나니 막 글자를 배우는 아이가 된 듯했다.
언젠가 TV에서 시각장애인이 점자로 된 편지를 느릿느릿 읽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었는데 시각장애인들이 점자를 완전히 익히려면 최소 6개월에서 1년 안팎이 걸리고 또 여러 법칙들 때문에 읽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요즘도 우리사회에선 장님, 벙어리 등 장애인들을 비하하는 단어가 쓰이고 있다. 이는 비속어와 마찬가지로 장애인들에게 인격을 무시하는 말로 다가온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이를 못느끼는 듯하다. 이제부터라도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으로 지칭해야 하겠다.
또 어디선가 시각장애인을 만났을 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친절히 다가가 자신의 손이 아닌 팔뚝을 잡게 해 주는 것이 시각장애인의 도보에 더 편리하다는 사실도 유념해 줬으면 한다.
아무쪼록 시험도 잘 쳐서 무사히 점자교육을 수료하고 싶다. 해야할 일이 많으니까. 정의여고 점자교육반 파이팅!
/최은이·정의여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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