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예산영화 '얼굴' 우순경역 -조재현(34)은 한 때 스타를 꿈꾸었으나, 이제 그것을 좇지 않는다. 대신 그는 저예산 영화, 독립영화를 좇는다. 개봉중인 신승수 감독의 저예산 영화(제작비 5억 6,000만원) 「얼굴」.
82년 총기 난동을 부리고 자살한 우범곤 순경 사건을 그린 이 영화에서 그는 자신의 개런티(제작비의 10분의 1)에 비해 훨씬 많은 역을 해냈다. 외지에 부임한 말단 순경, 거대한 음모를 하나 둘씩 알아가고, 그래서 고민하는 「작은」 경찰.
그는 마치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처럼 나른하고, 「폴링 다운」의 샐러리 맨(마이클 더글러스)처럼 폭발 직전의 분노를 가득 안은 사람 같은 아슬아슬한 연기를 꽤 잘 소화했다.
『잘못하면 「순경 영화」가 될 지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정의의 사나이가 아니라 경찰이라는 직업을 가진 작은 사람으로서의 고뇌를 그리고 싶었어요』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91년·홍기선 감독), 「악어」(96년·김기덕 감독), 「야생동물 보호구역」(97년·김기덕 감독), 「내 안에 부는 바람」(97년·전수일 감독).
그가 출연한 저예산 독립영화는 만들어질 때마다 주목을 맏았다. 「내 안에…」은 50회 칸 영화제 비경쟁부문 「주목할만한 시선」에 출품돼 호평을 받았다.
『이런 얘기를 영화로도 할 수 있구나』 91년 「가슴에…」에 출연하고는 이런 생각을 했다. 『열명, 백명만 봐도 작품 속에 빠질 수 있는 영화, 그런 영화의 주인공으로 남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내안에…」에 출연하고나서다.
그러나 어느 배우에게들 「스타」의 꿈이 없을까. 어느 시점 부터 그는 젊은 인기배우들과 공연하기가 꺼려졌다. 『왜 내가 밀려야 하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죠. 하지만 지난 해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 이후 생각이 달라졌어요. 할 수 있는 몫, 그건 따로 있더라구요』
95년 「영원한 제국」(박종원 감독)에서 주인공 이인몽 역을 맡으며 스포트 라이트를 받았고, 드라마 주연도 여러 편 맡은 그로서는 「2선」으로 밀리는 시점을 인정하기 싫을 법도 하다.
경성대 연극영화과 졸업 후 연기파 남자 배우들의 필수 코스인 연극 「에쿠우스」에 90년 출연, 호평을 받았던 기억까지 가세한다면 그도 그럴 수는 있다. 그러나 그가 「오기」를 버리고 연기에 몰입할 수 있게 된 것은 아직 「배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
『선배들은 요즘 영화가 너무 젊은이들로만 꾸며진다고 불평하죠. 그러나 요샌 이렇게 생각해요. 그게 영화의 속성이라고. 신성일 선배가 나왔을 때도 아마 영화판에서는 그런 얘기가 있었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자리를 찾는 것이죠』
그는 요즘 MBC 일일극 「하나뿐인 당신」에서 김희애의 직장 사장역으로, KBS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에서 김무생의 아들로 출연중이고, SBS 드라마 「토마토」의 후속편 「해피 투게더」에서도 나이트클럽 영업이사로 출연할 예정. 모두 잘 생기고 젊은 남자 주인공들이 따로 있다. 그래도 마음이 편하다.
『젊은 나이에 너무 일찍 포기했다고 볼 수도 있겠죠. 그러나 아직 「배우」가 되려면 멀었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것은 인기가 아무리 올라가더라도 독립영화에 나설 수 있는 그런 생각과 자세지요. 그런 걸 보여주고 싶어서라도 사실 그런 위치에는 서보고 싶은 것도 사실이예요』 큰 인기만 좇는 영화계에서 작은 것을 아끼는 그는 작은 스타일까?
/박은주기자 jupe@hk.co.kr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