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란(換亂)은 99% 극복됐다. 실물경제회복도 8부 능선은 넘었다. 구조조정은 절반의 성공」2일 재정경제부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IMF위기극복 1년반의 성과와 과제」를 발표했다. 재경부는 3일로 1년6개월째를 맞는 우리나라의 국제통화기금(IMF)체제와 관련, 「1년6개월안에 한국경제를 회생시키겠다」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약속도 「일단 지켜졌다」는 것이 나라 안팎의 지배적 평판이라고 덧붙였다.
환란재연 가능성은 있나 단 1분도 헤지펀드 공격이 중단되지 않는 현 국제금융체제하에서 외환위험에서 자유로운 나라는 없다. 한국과 같이 「작은 개방경제(Small open economy)」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97년말처럼 달러가 고갈돼 나라 전체가 파산위험에 몰리는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 무엇보다 외환방어력의 척도인 가용외환보유액이 IMF체제 직후 39억달러에서 현재 587억달러까지 늘어났기 때문이다. 총외환보유액은 600억달러를 넘어섰다.
극단적으로 300억달러에 육박하는 외국인주식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간다해도 외환보유액으로 「자력방어」가 가능하다는 산술적 결론이 나온다.
실물경제 선(善)순환에 들어갔나 4.6%의 성장률(1·4분기), 0.8%의 소비자물가상승률(1~5월), 80억달러를 넘은 국제수지흑자(1~4월). IMF체제 1년반만에 「세마리토끼」는 일단 포획된 것으로 보인다. 한자릿수 저금리와 낮은 임금·지가인상률등 「고비용」의 흔적도 사라졌다. 이 추세만 이어진다면 한국경제는 완연한 「선순환」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장담은 이르다. 성장률이 높아지면 국제수지흑자가 줄어드는 불균형경제구조는 아직 깨지지 않은 상태. 여기에 수십년 고도성장·고물가 체제하에서 길들여져온 일반국민들의 「인플레 기대심리」는 저물가·저금리체제 정착을 가로막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경기전망은 밝지만 경제체질개선은 결코 낙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구조개혁은 이제 시작 4대 개혁과제중 금융·노동개혁은 비교적 점수를 받고 있지만 재벌·공공개혁은 기대수준이하다. 특히 재벌개혁은 국내는 물론 외국투자자들의 시선이 집중되어있어 한국경제의 장래가 재벌개혁의 성공여하에 달려있다고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1년반을 성공리에 마친 정부의 딜레마는 바로 여기에 있다. 경제적으로는 수출·투자를 진작시키면서, 정치적으로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과연 개혁, 특히 재벌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파이낸셜 타임즈(5.21)의 지적은 이점에서 매우 시사적이다.
『위기가 있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한국이 빠른 회복을 이룬 것은 김대통령의 개혁의지덕분이다. 그러나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김대통령이 서둘러 승리를 선언, 혹시라도 지속적 회복에 필요한 구조개혁을 늦추게 될지 우려된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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