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2개월간 단절됐다가 이달 하순 열릴 차관급 남북회담은 이산가족 해결의 물꼬를 트고 고위급 정치회담, 남북기본합의 이행체제 구축을 위한 연쇄적인 남북대화의 징검다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이산가족문제 해결의 기대는 회담 형식에서 비롯된다. 이번 회담은 지난해 비료회담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고안된 새 형식이다. 지난해 남북은 비료와 이산가족문제를 한 테이블에서 논의, 평행선을 달렸다. 남측은 북의 성의에 맞춰 비료를 주겠다는 입장이었고 북측은 인도적 차원의 비료와 정치적 현안인 이산가족 문제는 별개 사안인 만큼 대가 차원에서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번에는 비료문제를 사실상 별도의 「회담」인 비공개 예비접촉에서 마무리짓고 본회담에서는 이산가족문제와 상호관심사만을 논의키로 했다. 남측이 먼저 주고 나중에 받는 선공후득(先供後得)의 입장으로 양보한 것이다. 금창리협상에서 미국이 식량을 지원하면서 북한의 입장을 고려, 공식문건에 「대가」로 명시하지 않았던 모양새를 빼닮았다.
정부는 선(先) 지원할 비료 20만톤(600억원 상당)이 무리하지 않은 적정선이라고 밝히고 있다. 남측은 북측의 30만톤에 대해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지원한 5만톤(180억원)을 감안, 복합비료(톤당 32만원)와 유안비료(톤당 18만원)를 섞은 20만톤으로 결정했다. 95년 이후 지난해까지 4년간 2,945억원(매년 730억원)상당의 대북지원이 이뤄진 점이 적정선이라고 말하는 근거다.
당국은 선지원으로 이산가족 문제 협상폭이 넓어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비접촉에서 북측은 생사확인 및 서신교환에 관한 성의요구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산가족에 관한 한 북측이 예전보다 탄력적인 입장을 보인다는게 베이징(北京)현지의 「감(感)」이다.
한편 정부는 이번 회담을 북한이 제안해놓고 있는 고위급정치회담의 디딤돌로 삼으려는 협상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우리측 요구에 따라 「상호관심사」가 회담 의제로 채택되고, 북측의 7월 차관급 회담개최 방안 대신 6월개최방안이 관철된 것도 이 때문이다. 북측은 이미 고위급 정치회담의 의제로 남북기본합의서 이행문제, 이산가족, 교류협력문제를 제시한 상태이다. 따라서 차관급회담이 잘 풀리면 올 하반기에 개최될 것으로 기대되는 고위급 정치회담에서는 대북포괄적 접근방안이 자연스럽게 논의될수 있다는게 당국의 설명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회담을 통해 고위급 정치회담의 개최시기를 약속받고 회담의제를 확정짓는데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북미간 협상구도만을 고집해온 북한이 남북협상을 동시 가동하는 계기가 마련된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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