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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배로 즐기기] 지휘자는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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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배로 즐기기] 지휘자는 불안하다

입력
1999.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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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가 연주할 때 제일 불안한 사람은 지휘자일 것이다. 오케스트라는 분명 그의 악기이지만 연주는 단원들이 하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가 그의 뜻대로 따라줄지는 미지수. 무대에 등장한 지휘자가 먼저 단원 리더인 악장과 악수를 하는 것은 「잘 해보자」는 뜻이다.지휘자의 권력은 때로 미움을 사기도 한다. 인터넷에 떠있는 음악 조크의 하나. 오케스트라 단원이 오케스트라 사무국에 전화를 했다. 『지휘자 있어요?』 『없는데요. 돌아가셨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가 거듭 같은 전화를 했다. 저쪽에서 화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죽었다는데 왜 자꾸 전화예요?』 대답이 압권이다. 『그 말이 듣고 싶어서요』 또 다른 조크. 「지휘자와 신의 차이점은?」 「신은 자기가 지휘자가 아닌 줄 알지만 지휘자는 자기가 신인 줄 안다」.

그런 지휘자도 가끔 실수를 한다. 연주 중 음악을 놓치는 아찔한 순간, 위기탈출의 흔한 방법 중 하나는 제자리를 찾을 때까지 지휘봉을 빙빙 돌리며 시간을 버는 것이다. 식은 땀을 흘리며 악보를 넘기면서.

70년대 국내 무대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그때만 해도 연주회를 시작할 때 애국가를 연주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우리나라 만세」, 「무궁화 삼천리…」하고 쭉 이어가야 하는 순간, 곡이 끝난 걸로 착각한 지휘자가 멋지게 파리 잡는 동작으로 지휘봉을 돌려 매듭을 지었다. 계속 연주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단원들은 어쩔 수 없이 곡을 끝냈다. 퇴장하던 지휘자가 「아차」했을 때는 이미 상황 끝. 또다른 사건을 들여다보자. 드보르자크의 「신세계」교향악에서 타악기 주자는 딱 한 번 4악장에서 심벌즈를 울린다. 음표의 망망대해에서 그 지점을 놓치지 않으려고 4악장이 시작할 때부터 내내 서서 대기했는데, 그만 지휘자가 신호 주는 것을 잊었다. 결국 타악기 주자는 무대에서 한 번도 소리를 내지 못하고 도로 앉아야 했다. 모든 연주자가 마찬가지이겠지만, 지휘자 역시 실수하는 순간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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