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중국이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을 결정한 것은 그동안 소원했던 양국관계를 복원, 정상화하려는 강력한 의지인 것으로 풀이된다. 3일 중국을 방문하는 김영남(金永南)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91년10월 김일성(金日成) 방중이후 7년 7개월만에 중국을 찾는 고위급 인사라는 의미가 부각되는데다 이번 방중에서 김정일위원장의 방중이 확정됨으로써 양국관계는 지금까지와는 질을 달리하는 단계로 재구축될 것이 확실시 된다.김영남이 이끄는 60여명의 대규모 방중이 중·북한간 이른바 「혈맹(血盟)순치(脣齒)관계」복원의 전초전이라면 10월 김정일의 공식방중및 장쩌민(江澤民)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방북은 하이라이트가 될 전망이다.
김정일의 방중설은 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3년간은 물론 97년말, 98년 가을 등에 걸쳐 중국 외교가에 끊임없이 제기돼 왔으나 번번이 루머에 그쳤다. 그동안 김정일위원장의 방중이 실현되지 못한 것은 양국관계의 저하탓도 있지만 북한의 경제피폐로 인해 그의 국가적 체면이 서지 않았던 점도 큰 장애요소가 됐다.
그동안 북한은 개혁·개방 노선을 택해 급속히 자본주의화하는 중국을 못마땅하게 여긴게 사실이다. 이를 주체사상 체제를 뒤흔들 요소로 파악, 이 영향에 대해 다분히 불안했던 측면도 있다. 또 92년 한중 수교이후 한국과 중국간의 수차례에 걸친 정상외교 등도 북한과 중국을 불펀하게 만들었다.
김정일의 방중은 중국쪽이 강력히 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측으로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유고공습과 미일 신방위협력지침 통과, 미 핵기술유출 의혹 등으로 긴장된 대미 관계 속에서 대북 영향력 확보 카드를 다시 과시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이미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 세과시를 위해 러시아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회복했으며 북한과 더불어 동북아 3각체제가 긴요한 입장이기도 하다.
또한 북한으로서도 대미관계의 지렛대로 중국의 필요성을 다시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김영남위원장의 방중이 윌리엄 페리 미 대북정책조정관의 방중 직후이자 미국의 대 북한 정책 수정안이 발표되기 직전이라는 절묘한 시점이라는 대목이 주목된다. 북한으로서는 한미일에 의한 포괄적 접근에 대해 중국과의 관계 강화로 대항전선을 확보한 뒤 협상에 응하겠다는 계산인 듯하다.
북한과 중국은 7월 리펑(李鵬) 전인대 상무위원장이나 주룽지(朱鎔基)국무원 총리 답방, 10월 김정일 방중, 연내 江주석 방북 스케줄을 실현, 양국간 전면적 관계회복 구도를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