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청와대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는 시종 무거운 분위기였다. 외국순방으로 한동안 자리를 비웠던 김대통령의 순방결과 보고도 있고 해서 활기에 차야할 회의가 「고가 옷 로비의혹」 사건으로 인해 어색하고 썰렁해진 것이다.김태정(金泰政)법무장관은 회의전 국무위원 대기실에서 눈이 마주친 몇몇 각료들에게 『미안하다』 『면목이 없다』는 인사말만 했을뿐 회의 내내 침울한 표정이었다고 한 배석자가 전했다. 김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총리 역시 굳은 표정으로 업무에 관한 얘기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가 옷」 사건에 관한 얘기는 회의 말미에 김대통령이 김기재(金杞載)행정자치부장관에게 공직기강 대책을 지시하면서 잠깐 언급했을 뿐이다. 김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번 사건은 많은 공무원 가족들에게 큰 경종을 울렸고, 더 큰 불행을 미연에 방지하는 경고가 돼야 한다』면서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도덕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특히 이 대목에 이르렀을 때쯤 카메라기자들이 회의장에 들어오자 이들을 내보낼 것을 직접 지시함으로써 심기가 편치 않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홍윤오기자 yo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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