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민심을 되돌리기 위한 방안을 놓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하지만 당장 묘안은 떠오르지 않는 듯하다.「고가옷 로비 의혹」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발표되고 김태정(金泰政)법무장관의 유임이 확정된 2일 여권은 두 가지 수습책을 내놓았다. 유사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획기적인 공직기강 확립방안을 마련하는 것, 그리고 이번 사건의 후유증이 심각한 서민층의 마음을 잡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 등이다.
그러나 이런 방안들이 민심의 현주소와 촛점이 잘 맞지 않다는 점을 스스로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공직기강과 관련, 국민회의 안팎에서는 제2의 사정드라이브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사정이 구여권의 비리에 주안점이 두어졌다면, 이번에는 신여권의 당과 정부인사에 대한 강도 높은 정화(淨化)작업이 추진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정의 주체가 검찰이고, 법무장관이라는 점 때문에 효험이 과연 있겠느냐는 자조섞인 반론이 나오고 있다.
서민층의 이반현상에 대해서는 당의 정체성마저 거론되며 심도있는 반성이 제기됐다. 이날 김영배(金令培)총재대행주재로 열린 국민회의 당8역회의에서는 이번 사건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가 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중산층과 서민층의 이탈이라는 위기의식이 공유됐다. 김경재(金景梓)총재대행비서실장은『집권후 우리 당이 부자들의 이익을 옹호하는 듯한 오해가 있다』면서『당의 정체성과 관련해 중산층과 서민정당으로서의 확실한 방향을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범진(朴範珍)홍보위원장은『서민 임대아파트 분양 및 국·공유지 거주자 문제 등 서민층에 대한 배려가 중산층에 대한 배려만큼 이뤄지지 않았다』면서『따뜻한 정치로 서민에게 다가갈 것』등 대책을 촉구했다.
3일 재선거후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원내진입과 204회 임시국회를 계기로 여야총재회담을 추진, 대야 관계를 복원하고 일단 정국을 수습하자는 안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형세가 불리하고 야당측의 확전 의지가 분명한 상황에서 총재회담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라는 신중론이 더 많다.
결국 뚜렷한 정국돌파용 카드는 보이지 않고, 자칫 사건의 후유증이 장기화할 수 밖에 없을 것같다는 게 여권의 솔직한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당지도부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보다 적극적인 시국관을 전달하지 않았다는 데 대한 내부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유승우기자 sw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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