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골프장인 페블비치 골프코스의 주인이 근 10년만에 일본 기업에서 미국 기업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일본의 경제격차가 골프장에도 반영된 것이다.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남쪽 200㎞의 태평양 해안에 조성된 페블비치 골프코스는 72, 82, 92년 US오픈 대회가 열렸고 오는 2000년 US오픈 100주년 기념대회장으로 확정된 명코스 중의 명코스. 태평양 푸른 파도를 내려다보며 절벽위의 그린에서 캘리포니아의 높은 하늘을 향해 샷을 날리는 기분은 생애 최고라는 곳이다.
90년 일본의 정유재벌 코스모그룹은 미 덴버의 석유기업을 파트너로 삼아 8억 4,000만달러에 페블비치를 사들였다. 회원권 고가판매 및 지역개발 등 사업확장계획이 지역주민의 반발로 진척을 보지 못하자 코스모그룹은 92년 5억달러에 페블비치를 내놓고 말았다.
하지만 이때도 일본의 골프장 전문경영회사 태평양클럽과 스미토모(住友)크레디트서비스가 공동출자한 미 현지법인 론 사이프러스가 인수했다.
그러나 올해들어 론 사이프러스에 융자를 해주었던 일본의 스미토모은행이 막대한 부실채권 압박을 견디다 못해 융자회수를 결정, 페블비치는 다시 새 주인을 찾아나선 것이다.
거품경제의 완전붕괴에 금융불안, 장기불황에 시달리는 일본 기업은 이번에는 이를 인수할 엄두도 내지 못했고, 현재 프로골퍼 아놀드 파머와 영화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간판으로 내세운 미국의 투자가그룹이 가장 유력한 새 주인이다. 예상 인수가격은 주변의 다른 골프코스를 포함해 10억달러(약 1조 1,000억원)선.
미국과 일본 언론들은 한때 미국 추월론까지 나올 정도로 잘 나갔던 일본 경제의 패퇴를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신윤석기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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