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가능성만을 믿고 자재를 쌓아놓았다가 공사를 못하게 되면 누가 책임집니까』 발전설비 공장 등을 건설하는 굴지의 중공업업체인 H사. 이 회사는 5월 이후 공사용 자재보유량을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였다.통계청의 4월중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소비가 늘면서 기업들의 재고량이 전년보다도 줄어들고 있다. 얼핏 보기엔 희소식이다. 이를 뒤집어 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아직은 불안하다』는 판단 속에 경기회복의 「진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기회복과 경제회생은 본궤도에 진입했을까. 정확한 해답을 얻으려면 「지표의 마술」을 푸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 투자지표도 마술에 걸려 있다. 투자가 4월에는 29%이상 늘어나 회복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분석이다. 애석하게도 이는 수입과 국내생산을 통해 공급된 규모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만들어진 설비들이 기업들의 손으로 넘어갔는 지는 또다른 문제다. 투자수요에 대한 산업은행과 전경련 조사(3월)에서는 각각 마이너스 4.7%와 플러스1.6%로 나와 공급과 수요 사이에 엄청난 격차를 드러내고 있다. 또 지난해 투자감소율이 무려 38%에 달한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투자증가율이 만족할만한 수준은 결코 아니다. 미완의 구조조정, 저조한 수출, 미국의 금리인상가능성 등은 마술에 걸린 지표마저 깨기 위해 덤벼들고 있다.
정부는 환란 이후 중환자실에 갇혀 있던 우리경제를 회복실로 옮긴 데 이어, 이제는 퇴원시키려는 태세다. 정밀 건강진단도 거치지 않고 퇴원했다가는 머지않아 중환자실로 다시 실려오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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