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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고급패션시장 '지각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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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고급패션시장 '지각변동'

입력
1999.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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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백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패션업체 구치사가 프랑스의 거물인 루이뷔통(LVMH)의 적대적 인수(본보 3월24일 보도)를 물리친 이후 유럽 고급패션 시장의 재편이 시작되고 있다.영국 경제전문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구치사가 60, 70년대 패션계를 압도했던 이브 생 로랑과 10억 달러의 합병에 착수했다고 31일 보도했다.

구치의 도전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법원이 지난달 27일 LVMH의 구치 합병안을 무효화한 뒤 현실화했다. LVMH는 올해 초부터 14억달러를 퍼부으며 구치 지분 34%를 획득한 뒤 적대적 인수의사를 표명했고, 구치는 이에 맞서 LVMH의 경쟁사인 프랑스의 피노사로부터 30억달러를 받고 지분 40%를 인도하는 제휴관계를 성사시켰다.

LVMH는 즉각 구치_피노 협상이 불공정하다며 구치의 주식이 상장된 암스테르담 법원에 제소했지만 법원은 구치의 방어전략이 합당하다고 판결했다. 구치_피노의 승리는 LVMH의 고급패션 시장 독점을 저지할 수 있는 대항세력이 생겼다는 의미로 분석되고 있다.

이브 생 로랑의 소유주는 구치를 수렁에서 건져준 피노사. 구치_피노 협상 때부터 피노사는 구치의 경영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이브 생 로랑을 넘기기로 했다. 지난해부터 이브 생 로랑 인수를 통해 사업확장을 노리던 구치의 전략과 맞아떨어진 것.

구치 인수실패로 패션업계 석권을 꿈꾸던 LVMH의 전략은 일단 주춤한 상태. 그러나 지방시 겐조 등의 최고급 패션 브랜드 및 크리스티앙 디오르, 에네시 코냑 등 23개 고급품 계열사를 가진 LVMH 베르나르 아르노(49)회장의 야망은 꺽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71년 에네시 코냑을 시작으로 한때 10년동안 10개의 브랜드를 합병하는 등 그의 왕성한 식욕은 수그러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세계의 고급패션 시장규모는 600억달러.

아시아 경제위기로 매출이 줄면서 패션시장의 합종연횡이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제 아르노회장은 구치에서 발을 빼고 다른 사냥감을 물색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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