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태정법무부장관 부인 연정희씨가 직접 관련되어 있는 수사를 하면서도 연씨를 특별대우하고 연씨 관련 부분만을 적극 해명하고 나서 수사의 공정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검찰은 특히 연씨를 보호하고 취재진을 따돌리기 위해 다른 참고인을 동시에 출두·귀가조치하는 연막작전을 펴는가 하면 수사팀이 아닌 다른부 검사 개인차량 및 직원까지 동원해 연씨의 귀가를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의 연씨 빼돌리기 작전은 1일 새벽 1시 전격 착수됐다. 당시 서울지검 안팎에선 50여명의 보도진이 연씨가 귀가하는 것을 취재하기 위해 길목마다 진을 쳤다. 이때 서울지검 지하주차장 출구로 검은색 레간자 승용차가 나왔고 뒷좌석엔 온몸을 웅크린 채 얼굴을 가린 여자가 목격됐다. 취재진이 모두 연씨라고 생각하고 몰렸을 때 평소 밤엔 닫혀 있는 서울지검 서쪽 출구가 열리면서 연씨가 청사 서문으로 내달렸다. 연씨는 청사 바깥에서 대기중인 검찰 승용차를 검찰 직원들과 함께 타고 사라졌다.
연씨 보호작전은 자택 앞에서도 이뤄졌다. 레간자 승용차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김장관 자택 앞을 20여㎙ 지나 멈춰섰고 집앞에서 대기중인 취재진이 레간자를 쫓는 순간 연씨는 경호까지 받으면서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검찰은 이에 앞서 31일 오후에도 이형자씨가 서울지검 정문으로 들어오던 순간 연씨를 지하주차장으로 몰래 들어오게 함으로써 차별대우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해 검찰관계자는 『당사자가 노출을 원하지 않는 경우 비노출을 보장하는 것은 연씨 뿐만 아니라 다른 참고인도 마찬가지』라며 『문제의 여인은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던 전도사 정모씨로 우리가 일부러 대역을 동원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검찰은 검사 차가 동원된 것에 대해서는 『심야에 여성 참고인을 귀가시킬 경우 통상 차량을 제공한다』며 『당시 다른 차량이 없어 마침 야근을 하고 있던 다른부 검사의 차로 조사팀 직원이 운전해 참고인을 귀가시켜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31일 연씨의 귀가를 지원하라는 요청을 받고 검사 차량을 동원하게 됐다』고 밝혀 검찰 상부에서 연씨를 보호하기 위한 모종의 지시를 내렸음을 시사했다. 검찰은 특히 참고인 정씨가 집이 방배동임에도 장관 자택으로 간 이유에 대해 『장관님 사모님과 가까운 사이로 알고 있다』고 애매하게 밝혔다.
검찰은 이에 앞서 연씨에게 부정적인 사실이 보도되는 경우 기자실로 찾아와서 적극 해명하고, 기자회견 자리에선 연씨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만을 상세하게 설명, 연씨의 해명을 위한 짜맞추기 수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밍크코트가 아니라 호피무늬 코트이다』『배달사실을 알게된 것은 뒷방에 걸어놔 2~3일 지나서야였다』등이 그러한 대목이다.
검찰은 특히 사건 핵심관련자인 연씨와 배정숙씨의 대질신문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검찰은 연씨와 이씨만을 대질한 채 다른 관련자의 대질을 모두 끝낸 상태이다. 검찰이 당초 연씨와 이씨의 대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가 심야 전화통화까지 시도하며 연씨와 이씨를 화해시키려고 노력하는 점도 의혹이다. 신동아그룹 최순영회장의 구형을 앞둔 가운데 검찰이 이씨와 연씨 사이에서 빅딜을 중개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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