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당국간 대화재개를 위한 비공개 접촉이 진행되면서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대화재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성급한 관측도 나온다.이같은 분위기는 먼저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고위당국자들의 발언에서 감지된다. 김대통령은 31일 몽골에서 『잘 되면 남북관계에 좋은 진전이 있을 조짐도 있다』며 『구체적으로 말할수는 없으나 며칠 기다려보자』고 말했다. 지난해 남북 차관급 비료회담 개최 직전에도 김대통령은 이와 비슷한 예고를 한 바 있다. 그러나 통일부 당국자들도 1일 『비공개 접촉은 정부가 꾸준히 추진해 온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접촉내용에 대해서는 함구로 일관, 궁금증을 더해주고 있다.
당국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북한은 당국대화에 관한 매우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왔고 정부는 통일부 직원을 베이징(北京)으로 급파, 북측과 접촉중이다. 이 직원은 지난해 비료회담을 위한 비공개 예비접촉에도 참여했었다. 예비접촉 직후 보름이 채 안돼 비료지원을 위한 당국간 회담이 성사된 지난해의 전례에 비춰 「잘 되면」 조만간 대화가 재개될 것이 확실하다.
문제는 이번 접촉을 통해 북이 어떤 문제를 논의하고 싶은지, 그 의도다. 전문가들은 북측이 올해에도 비료지원을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비록 지난 달부터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비료 5만톤을 지원받았지만 여전히 100만톤 가량이 부족한 처지다. 또 북한이 지난해와 유사한 경로로 예비접촉을 추진하는 대목도 비료회담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정부는 북한이 비료지원을 요청할 경우 지난해와 같이 이산가족문제 해결에 대한 성의있는 노력을 북측에 요구할 방침이다. 1세대 고령자 이산가족이 줄어드는 절박한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산가족면회소 설치를 추진하되 생사확인, 서신교환에 보다 많은 역량을 기울일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또 비료지원 물량을 지난해 수준인 20만톤으로 상정하고 있으나 필요할 경우 늘릴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지난해와 같이 협상 대가물을 즉시 주고 받는 식의 엄격한 협상방식 대신 먼저 주고, 나중에 받는 선공후득(先供後得)의 유연한 상호주의를 협상 원칙으로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일각에서는 이번 회담이 대북 포괄적 접근구상 실현을 위한 남북대화나 북측이 제기해 놓은 고위급 정치회담으로 건너갈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윌리엄 페리 미 대북정책조정관이 전한 포괄적 접근 구상이나 하반기 성사가 기대되는 고위급 정치회담에 관한 북측의 입장을 직접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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