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과 동포를 위해 소명을 다한 지금 저는 떳떳한 마음으로 떠나갑니다』남아공 집권당 아프리카민족평의회(ANC)가 2일 실시되는 총선을 앞두고 30일 최종 유세전을 벌인 요하네스버그의 FNB 축구경기장. ANC에 대한 지지연설차 참석한 넬슨 만델라(81) 대통령의 한마디 한마디에 8만여명이 운집한 경기장은 미동도 없었다.
남아공 3,000만 흑인의 영웅이자, 세계평화의 화신으로 불리는 만델라 대통령의 연설은 사실상의 고별사. 마지막으로 ANC에 대한 지지와 남아공의 단결을 당부하자 그제서야 경기장은 『감사합니다』를 연호하는 지지자들의 함성으로 떠나갈 듯했다.
만델라 대통령은 이번 총선이 끝나고 16일 공식 퇴임한다. 차기 대통령이 확실시되고 있는 타보 음베키 부통령이 그의 뒤를 잇게 된다.
이날 연설에서 40여년에 걸친 아파르트헤이트(흑백인종차별 정책) 철폐투쟁과 27년간의 투옥생활 등을 회고한 팔순을 넘긴 노정치가는 『우리는 멀고 험한 길을 걸어 왔다, 우리 형제 자매 부모 모두의 고생이 함께 했기에 자유를 얻었다』고 감격을 감추지 않았다.
아프리카 한 부족의 왕족으로 태어났지만 긍지있는 삶을 목표로 차별당하는 흑인을 위해 법률소송을 도왔고 300년에 가까운 흑백 차별 철폐를 위해 싸우다 끝내 종신형을 선고 받았던 만델라.
27년간의 감옥생활을 끝에 93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고 94년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당선된 그는 아프리카에서 유혈 참극을 거치지 않고 민주주의의 꽃을 피운 위대한 지도자로 기록되고 있다.
97년 음베키 부통령에게 사실상 국정을 넘긴 뒤에는 국제평화를 위한 대여정을 시작했다. 올해 리비아의 가다피를 설득해 팬암기 폭파범을 국제재판에 넘기도록 했고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코소보사태는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당당히 개진했다. 하지만 그가 개입한 콩고사태가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등 아쉬움도 많다.
그는 이제 지난해 결혼한 세번째 부인 그라 마샬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 조용한 노년을 보내기를 원하고 있다. 그의 「위대한 퇴장」에는 남아공 국민은 물론 전세계가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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