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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문사태 10주년] 풀죽은 반체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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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문사태 10주년] 풀죽은 반체제 목소리

입력
1999.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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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은 중국대륙이 요동쳤던 「천안문(天安門) 사태」의 10주년이 되는 날이다. 하지만 천안문의 10년후 모습은 평온하기만 하다. 베이징(北京)은 「안정」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분위기이다.10년전 대규모 시위를 주도했던 베이징대등 모든 대학가에서 「반정부 표정」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팽배하고 애국주의·민족주의의 물결만이 도도하게 자리잡고 있는 느낌이다.

이는 정치적 자유를 용납하지 않는 중국정부의 강권통치 영향이 크지만 개혁·개방에 따른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경향이 중국사회에 정착된 때문이기도 하다. 학생들의 관심사역시 정치적 사안보다는 취직, 돈벌이, 이성교제등에 쏠리고 있다.

더욱이 지난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신유고연방주재 중국대사관 피격사건으로 인해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 체제는 잠재적 위협요소들을 일거에 타파하는 정치적 이득을 챙겼다. 분열의 틈새를 메우는 대신 통합의 중국을 향도하는 명분을 마련한 것이다.

저수요·저성장·경기하락·수출부진등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실업자 문제등 민생문제에 대한 비난여론도 없지 않으나 유고대사관 피격사건으로 이같은 불만의 목소리를 일거에 잠재웠다. 「통외봉내(通外封內)」정책의 성공이라고나 할까.

피폭사건으로 인한 미국과의 대립은 결과적으로 6·4 천안문사태 희생자나 유족, 대학생, 민주인사들의 운신을 극도로 제한하는 효과를 가져온 게 사실이다. 실제로 중국내 반체제 민주세력이나 체제불만세력들의 목소리는 현저하게 줄어들은 인상이다.

특히 오폭사건에 대한 미국등 서방측의 연이은 사과로 중국정부가 인권이나 민주화문제등 외교쟁점의 주도권을 잡음으로써 외부의 간섭없이 국내 민주세력, 반공산당세력, 체제불만세력이나 인권단체등을 탄압할 수 있는 국내정치의 일방적 환경을 조성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국외사정은 이와 다르다. 30일 홍콩에서는 수천명이 운집, 천안문사태에 대한 중국당국의 재평가, 민주화 및 정치범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또 미국내 본부가 있는 인권단체들은 천안문사태 당시 강경진압을 주창한 중국지도부를 살인, 비도덕적인 처우등 혐의로 국제재판소에 제소할 계획을 표명하기도 했다.

최근 만난 중국의 한 일간지 기자는 천안문 사태를 회고하면서 『당시 천안문 시위의 본질은 부정부패 척결』이라고 주장하며 『현 상황은 그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중국 최고권력층이 안도하면서도 긴장감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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