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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인문학과 영상의 '새로운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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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인문학과 영상의 '새로운 만남'

입력
1999.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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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김상환 등 지음 -「인문학의 위기」란 어쩌면 복잡다기한 현실, 천변만화(千變萬化)하는 세상에 인문학자들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오는 것인지 모른다. 「전통의 학문」을 교리처럼 암송하고 상아탑 안에서 「안식」을 찾으면서 인문학의 권위를 외치기에는 시대가 너무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영상문화학회라는 새로운 학회가 최근 생겼다. 지난 달 29일 고려대에서 창립총회와 함께 학술대회를 열었다. 이 책은 창립학술대회 자리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묶고, 이미지와 관련한 몇 편의 다른 글을 추가해서 만든 학회지다.

수많은 학회들이 생기고 없어지지만 이 학회를 새삼 주목하는 것은 이런 한국 인문학계의 위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첫째, 인문학을 현실과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을지, 현실에서 인문학적인 명제를 어떻게 끌어낼 수 있을지를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작업이 학회 창립에 담겨 있다. 둘째, 대학의 학과를 중심으로 학회가 파벌 나누기 식으로 생겨나고 서로를 배척하기 바쁜 현실에서 이 학회는 대학 울타리를 벗어나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과 예술가들이 모여 만들어졌다는 데 주목할 수 있다. 공동학회장을 맡은 도정일 경희대 교수와 성완경 인하대 교수는 각각 문학과 미술을 전공하는 학자들이다. 학회는 철학, 문학, 역사학, 언어학, 경제학, 사회학, 심지어 전기공학 전공자까지, 또 영상과 직·간접으로 관련된 다양한 예술분야의 학자들과 현장 활동가까지 포괄하고 있다.

회원들은 책에서 창립의 뜻을 「아직도 우리 사회는 영상문화를 단순한 쾌락으로 보아 비판하거나 새로운 테크놀로지라며 무비판적으로 환영하는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학문적인 태도가 아닌 만큼 이론적인 틀을 갖춘 인문학과 현장의 예술이 함께 하는 종합적이고 학제적인 영상문화 연구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밝혔다.

학술대회에서는 김상환(서울대), 박성수(해양대), 김성도(고려대) 교수가 이미지와 인식의 문제를, 유지나(동국대), 김민수(서울대) 교수와 미술평론가 박신의씨가 이미지의 시학에 대한 문제를, 미술평론가 박찬경씨와 원용진 동국대 교수, 건축가 정기용씨가 이미지의 정치학에 대해 발표했다.

이번 학회지는 부정기로 나왔지만 「이미지학」에 관련한 수준높은 논문을 담은 책을 해마다 한 차례 정도 낸다는 계획이다. 영상과 관련한 개별 학회들의 활동을 효율적으로 수용하면서, 말의 성찬이 아니라 다가올 영상문화 시대의 가치를 올바르게 가늠할 담론을 생산해낼 수 있을지가 이 학회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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