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영(洪淳瑛)외교통상장관은 29일 모스크바에서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관의 김정일(金正日)북한 국방위원장 면담 불발에 연연해 방북결과를 실패로 단정해서는 안된다』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큰 틀을 놓고 한· 미·일 3국과 북한간에 얘기하는 계기가 마련된 점을 평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페리 조정관도 이날 서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정일에게 직접적인 고리를 갖고 있는 고위관리 등을 통해 우리의 견해와 우려를 확실하게 전달했다』며 『당초의 방북목적을 달성했다는 것을 의심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방북목적은 본격적인 「협상」이 아니라 「입장 설명」과 「북한 의중 탐색」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긍정평가에도 불구하고 북측이 「협상 수용」을 명쾌하게 밝히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페리의 방북은 대북 포괄접근 구상의 「디딤돌」을 놓았다는 선에서 의미부여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다만 북한이 확실한 거부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포괄접근 구상의 이행은 당분간 조정기를 거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 당국자도 『페리 조정관이 북한에서 메모해 온 페이퍼가 수백장에 달해 앞으로 방북결과를 검토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며 북한도 페리권고안을 소화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페리가 대북보고서를 완성하기 전까지 북한의 반응은 유보될 가능성이 크고 포괄접근 구상의 구체적 이행도 그 이후에나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에 한·일 양국의 「조정자 대리역」을 실질적으로 떠맡은 페리가 한·일 양국의 입장까지 성실히 전달했는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페리 조정관은 『북한의 핵 및 미사일,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안보문제들에 관해 논의했다』고 밝혔으나 우리측이 관심을 갖고 있는 남북기본합의서 이행문제를 포함한 남북대화 재개 문제와 일본의 현안문제를 논의했는 지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도 『93년 북·미공동선언, 94년 제네바 핵합의, 미사일 협의, 4자회담 등을 포함한 북·미간 현존요소를 존중하겠다』고 만 응답했다고 페리는 밝혔다.
정부 당국자는 이와관련 『한·미·일 3국의 입장은 정책협의회를 통해 긴밀히 조율해 나갈 것』이라며 『일단 기존의 북·미 채널을 통해 물밑교섭이 이루어진 후 이번에 페리의 상대역을 맡은 강석주(姜錫柱) 외무성 제1부상이 본격협상에 나서는 방식으로 「페리 미션」의 향후 이행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윤승용기자 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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