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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세상] 불리한 신체조건 탓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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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세상] 불리한 신체조건 탓하지 말라

입력
1999.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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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골퍼들은 신체조건이 골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믿고 있다. 좋은 신체를 타고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유리하다는 것이다. 정말 이런 상식이 골프에서 통할까.한 골프광이 있었다. 나이를 잊고 축구를 하다가 오른발 복숭아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었다. 정형외과 의사는 완쾌되려면 한달 보름정도 걸리며 그때까지 골프를 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깁스를 하고 목발에 의지한채 병원문을 나선 그는 제대로 걸을 수 없다는 불편함보다는 상당기간 골프를 할 수 없다는데 더 낙담했다.

용케 열흘정도를 참아낸 그는 골프 감(感)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연습장을 찾았다. 가벼운 어프로치 연습을 했는데 깁스를 한 오른발에 힘을 줄 수 없어 왼발에만 몸을 의지한채 스윙해야 했다. 셋업 할 때만 오른발을 지면에 가볍게 댈뿐 다운스윙에서 팔로우스루에 이르기까지는 오른발을 들고 몸통을 돌리는 일종의 외다리 타법이었다. 놀라운 것은 힘을 제대로 쓸 수 없는 동작임에도 불구하고 볼은 거리가 10야드정도 짧을 뿐 큰 문제없이 날아갔다.

그는 취소시킨 골프약속을 되살리고 골프장 나갈 궁리를 했다. 병원을 찾아가 의사에게 갑자기 해외출장 갈 일이 생겼다는 핑계를 대고 깁스를 풀었다. 의사는 만약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가능한한 발목을 쓰지 말라고 당부하며 깁스를 잘라냈다. 그는 부상 2주만에 발에 압박붕대를 감고 골프장으로 향했다. 라운딩이 힘들면 카트를 타고 골프장이라도 감상하겠다는 생각으로.

시종 발레리나가 외발로 빙그르르 돌듯 우스꽝스런 자세로 샷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18홀을 끝낸 그의 스코어는 싱글이었다.

이 일화는 실은 필자의 얘기다. 거짓핑계를 믿고 깁스를 풀어준 의사에게는 미안하지만 무모하기 짝이 없는 행동의 대가로 귀중한 깨달음을 얻었다. 훌륭한 신체조건이 반드시 좋은 스코어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며 불리한 신체조건으로도 얼마든지 골프를 즐길 수 있음을 깨달았다. 특히 힘을 제대로 쓸 수 없는 상태에서 날린 샷들은 「힘을 뺀다」는 의미를 몸으로 절감케 했다.

신체조건에 따라 골프실력도 차이나야 공평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신체조건이 골프실력과 일치하지 않는 것 또한 불리한 신체조건의 골퍼들에겐 공평하지 않는가. 골프의 매력은 바로 이 「불공평성의 공평성」때문일 것이다.

/편집부국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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