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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여성배려 소홀한 교통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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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여성배려 소홀한 교통문화

입력
1999.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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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인 나는 한국의 교통문화가 무척 마음에 든다. 인간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깃들어 숨쉬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서울에 처음 와서는 거리에서 자동차의 클랙슨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게 신기했다. 델리의 주택가 골목길이나 큰 길의 요란한 자동차 클랙슨 소리에 익숙한 내게는 다소 이상하게 느껴졌다. 언젠가 골목길을 걷고 있을 때 뒤에서 차 한 대가 다가 오고 있었다.

인도에서라면 자동차 운전자는 경적을 울리며 비켜나라는 신호를 보냈을텐데 차가 속도를 늦추며 천천히 내 뒤를 따라오는 것이었다. 처음 접해보는 인간을 존중하는 한국의 문화에 대해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한국의 버스나 전철에서 젊은이들이 나이든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경우가 많다. 언젠가 버스를 타고 가는데 앞에 학생들이 몇명 앉아 이야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보통때 같으면 얼른 일어나 내게 자리를 양보했을 텐데, 이야기를 하느라 나를 알아 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러자 잠시후 버스기사가 차를 세우더니 학생들에게 『왜 어른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느냐』고 야단을 치는 것이었다. 한국말을 잘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학생들의 행동이나 표정으로 보아 버스기사에게 『미처 보지 못해서 그랬노라』고 사과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난 그날 편히 자리에 앉아 집에 올 수 있었다. 노인들 뿐아니라 어린이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정이 깃든 한국의 교통문화는 이방인인 내 눈에 한국인이 절대로 잃어서는 안될 무엇보다 소중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한국에서는 여성에 대한 배려가 소홀하다는 점이다. 인도에서는 노인이나 어린이를 우선하는 문화는 없지만 여성에 대한 배려는 한국에 비해 남다르다. 우선 버스에는 여성전용좌석이 마련되어 있고 관공서에서 일을 볼 때에도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우선 배려한다.

여성은 남성과 동등하지만 아울러 남성이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한국의 버스나 전철에도 여성특별좌석을 마련하거나 여성에게도 자리를 양보한다면 한국의 교통문화는 세계최고의 교통문화로 자리잡을 것이다.

한국도 인도와 마찬가지로 서구화의 물결 속에서 독특한 고유문화보다는 서구의 문화풍조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학생들에게 외국어를 교육시키는 나는 틈날 때마다 이런 말을 한다. 『외국의 문화를 추구하기보다는 한국이 지닌 문화가치의 우수성을 발굴하고 이를 지키고 보다 더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진정한 세계인이 되는 길이라고』.

/기야남·한국외대 인도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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