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고관부인 옷 로비의혹」의 수습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30일 낮 몽골로 출발전 모스크바에서 김중권(金重權)비서실장으로부터 국내 상황을 전화로 보고받는 등 이번 사건을 관심있게 챙기고 있다. 청와대는 김실장 주재로 연일 대책회의를 열고 있고 김실장은 국민회의 지도부와도 수시로 접촉하며 대책을 숙의하고 있다.여권 핵심부 인사들은 한결같이 『이번 사건의 처리 방향은 전적으로 검찰 수사결과에 달려있다』고 입을 모은다. 청와대측도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검찰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완전히 드러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 여권 핵심인사는 『수사결과 로비에 관련되는 등 범법사실이 드러나는 사람에 대해서는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며 『관련자들의 현재 또는 과거의 신분은 전혀 고려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정(金泰政)법무장관 부인과 강인덕(康仁德)전통일부장관 부인 등 누구라도 「범법」이 드러나면 사법처리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하는 발언이다.
여권이 정작 걱정하는 부분은 검찰 수사 그 다음이다. 야당과 시민단체에서 요구하고 있는 김태정 법무장관의 퇴진문제가 핵심이다.
이에대해 여권 핵심부가 현재 내놓고 있는 「모범답안」은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김대통령이 결정할 사안』이라는 것.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그동안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김장관 거취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그는 『김대통령이 귀국하면 비서실은 검찰수사결과 등 사실 자료만 올릴 것』이라며 『최종 판단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권내에서도 『김장관 부인의 로비관련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김장관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데 이론이 없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비록 부인이 무고하다는 게 밝혀지더라도 김장관 본인이 알아서 김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는게 도리』라는 의견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한 고위인사 역시 『부인이 결백하다해도 김장관을 그대로 안고 가는 것은 분명히 정국에 부담이 된다』며 『검찰 수사결과를 보고 대안들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진한 여운을 남겼다.
여권내에서 『검찰수사로 명예를 회복한 뒤 김장관이 스스로 자리를 내놓음으로써 김대통령의 어깨를 가볍게 만들어 주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에 비해 『잘못도 없는데 야당이 떠든다고 장관을 갈아 치우면 앞으로 장관 인사는 야당 결재를 받고 하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는 강경론도 있어 김대통령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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