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는 시대의 흐름을 선도하는 「지표주」가 있다. 90년대 초반에는 반도체관련 하이테크주, 중반에는 생명공학 관련 바이오테크주가 대표적이었다. 요즘 세계 주식시장의 「지표주」는 단연 「.com」이다. 인터넷 웹사이트주소의 끝자리 표기인 「.com」은 인터넷관련주를 지칭하는 대명사로 쓰인다.「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인터넷을 통해 영업을 함으로써 수익을 얻는 것을 주업무로 하는 기업의 주식」정도로 정의할 수 있다. 전자상거래가 급속히 확대되면서 이와 관련된 기업들의 수익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가를 급등시키는 현상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코스닥등록 반년만에 주가가 50배나 뛴 「.com주」가 출현했을 정도이니 어느나라보다 열기가 뜨꺼운 상태다.
「지표주」의 주가는 「미래의 가치」에 대한 기대가 반영되다보니 기존 잣대로 평가하기 힘들고 상승폭도 상식을 뛰어넘는다. 당연히 「지표주」에 무임승차하는 얌체족들도 나타나기 마련이다. 90년대에도 하이테크주와 바이오테크주의 열풍을 노려 「-tech」로 끝나거나 「Bio-」로 시작하는 회사이름을 짓거나 기존이름을 바꾸는 게 유행이 됐었다.
지난주 현대종합상사 등 대그룹 종합상사들이 인터넷을 통한 글로벌 마케팅사업을 벌이겠다고 밝히면서 「.com계열」에 합류,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를 두고 한 증권사 직원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갖고 있는 쌀가게나 꽃가게도 인터넷 관련기업이라고 나서겠다』며 실소를 금치 못했다. 한 언론사는 새로운 인터넷관련 지수를 만들면서 컴퓨터하드웨어나 부품을 만드는 기업은 물론 통신관련업체까지 포함시키기도 했다.
「.com」계열이 맞긴 하지만 사업내용이 과장되는 경우도 흔하다. 삼성물산은 자사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미국의 인터넷서점 「아마존」의 책을 판매하는 것을 두고 「전략적 제휴」라며 거창하게 선전, 주가상승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아마존의 책은 전세계 15만개 사이트에서 살 수 있다).
「.com」주가의 거품논쟁도 중요하지만 인터넷을 사업보조수단으로 활용하는 정도를 인터넷사업진출이라고 떠벌리거나 별것도 아닌 것을 한껏 부풀리는 「무늬만 .com 주」에 속아 환상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지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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