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역대 대통령부인들 중에서 힐러리 클린턴만큼 주목받은 인물도 없다. 예일대법대 출신, 워터게이트사건 조사자, 변호사라는 눈부신 경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통념시됐던 대통령내조자 아닌, 대통령 정책수행자로 일하고자 했던 최초의 대통령부인인 때문이리라. 92년 대통령선거에서 「클린턴을 뽑으면 똑똑한 힐러리도 얻는다(Buy one, get one free)」는 구호에 미국직장여성들조차 당황했고 우리나라 남성들은「암탉론」을 들먹였었다.그 힐러리가 대통령부인이 된 이래 처음으로 인기가 높다. 보그, 뉴스위크지에 「우아한 퍼스트레이디」로 칭송받은 것은 98년 일이고 뉴욕주 상원, 이어 백악관으로 보내자는 운동을 벌이는 웹사이트가 속속 개설 중이다. 펄럭이는 성조기와 잘 어울리는 빨강재킷 차림의 사진을 실은 사이트(www.hillary .org),「백악관돈」으로 워싱턴 뉴욕을 오간다는 뉴욕타임스의 비난에서 그를 구하기 위한 기금모으기 사이트(www.icemall.com/allabout/hillary, www.us.net/indc.hilhome), 민주당인 그의 상원진출을 지지하는 공화당원들 사이트까지 생겼다.
이런 변화는 어디에 기인하는가. 워싱턴포스트 매거진의 보도처럼 힐러리 자신은 바뀌지 않았다. 르윈스키게이트를 통해 사람들은 그의 고통을 헤아리면서「최고여성」의 겉모습 아래「부당하게 대접받는 아내」모습을 보았다. 고통 속에서도 여러 나라를 방문하고 곳곳에서 연설하는 그를「이상적 인물」로 뽑은 웹사이트(www.rolemodel.net)의 평가처럼 『질 우선의 사고방식으로 인권 교육 의료복지 여성참여를 이끈』 정치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힐러리의 지지자들은 그가 클린턴을 떠날 것인가에는 관심이 없다. 그들은 「준비된」 정치가로서의 역량에 주목하고 있다.
2000년 11월에 치러질 선거에서 힐러리와 싸울 뉴욕시장 줄리아니측이 24일 약간 치사한 제목의「www.hillaryno.com」을 개설했다. 힐러리는 「준비된」 정치가일지는 모르나 「증명된」 정치가가 아니라는 것이 골자다. 힐러리가 뉴욕 웨체스터에 집을 구하고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하자 위기감을 느낀 탓으로 해석된다.
힐러리가 공격받는 것을 보면서 우리 새 장관들은「준비된」, 나아가 「증명된」 사람들인가 의문을 갖게 된다. 「준비된」장관은 몇이고 「증명된」장관은 몇일까. 새 장관들의 역량을 지켜볼 뿐 도리가 없지만 내년 국회의원선거에서 우리는 적어도 「준비된」 의원을 가리는 지혜는 배울 수 있을 것같다.
박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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