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은 러시아방문 이틀째인 28일 오전(이하 현지시간)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모스크바대에서 연설을 하는 등 빽빽이 짜여진 일정을 보냈다.정상회담
김대통령은 오전 10시 크렘린궁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 참석한 뒤 10시15분부터 「레프리젠테이션룸」에서 옐친대통령과 단독·확대정상회담을 1시간15분동안 잇따라 가졌다. 확대정상회담에는 강봉균(康奉均)재경장관과 이바노프 러시아외무장관 등 양측에서 각 6명씩 배석했다.
이어 양국 정상은 조약서명식에 참석한 뒤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당초 양 정상은 성명발표후 양국 기자 한명씩의 질문을 받기로 했으나, 전날 러시아측에서 질문취소를 요청해왔으며 우리측은 옐친대통령의 건강 등을 고려해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따라 양 정상은 각 2분씩의 모두발언으로 회견을 대체했다.
모스크바대 연설
김대통령은 오후 3시30분 모스크바대에서 총장, 교수,학생 등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양국의 유대를 강조하는 연설을 했다. 대학측은 러시아의상을 입은 학생이 쟁반에 빵을 받쳐올리는 전통의식으로 김대통령을 맞았다.
교수·학생 합창단의 「전세계학생가」합창 속에 대강당에 입장한 김대통령은 먼저 『로구노프 전총장과 사도브니치총장 초청으로 이 자리에서 강연하고 명예교수증서를 받은 적이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성공해 돌아온 것을 금의환향이라고 하는데 지금 내가 바로 그 심정』이라고 감회를 피력했다.
김대통령은 특히 『오랜 옥중생활에서 섭렵한 러시아문학이 내게 준 영향은 측량할 수 없을 만큼 컸다』며 푸슈킨서부터 톨스토이, 레르몬토프, 도스토예프스키, 투르게네프와 솔제니친, 사하로프까지 러시아문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종횡으로 구사, 교수와 학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또 피터대제의 개혁, 나폴레옹과 히틀러를 패퇴시킨 러시아 역사를 든 뒤 『러시아는 과거에만 위대했던 게 아니라 지금도 막강한 군사력, 첨단과학기술 등으로 세계에 큰 영향을 주는 나라』라고 말해 열광적인 박수를 받았다. 교수·학생합창단은 김대통령이 강당을 떠날때 한국노래를 불러 환송했다.
국빈만찬
김대통령은 오후7시 크렘린궁 캐서린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 참석했다. 김대통령은 만찬사에서 옐친대통령이 탱크위에 올라서 쿠데타에 저항하던 91년 당시 모습을 회고하며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민주주의를 위해 평생 투쟁해온 나 역시 감명과 동지적 애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만찬에는 러시아에서 연극 「어머니」를 공연중인 손숙(孫淑)환경장관도 참석했다.
/모스크바=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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