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불리 먹고 땀흘려 운동하지 않아도 살을 뺄 수 있는 비만치료제가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스위스계 제약회사 호프만-라로슈가 개발한 비만치료제 「제니칼」을 승인했다. 이미 17개국에서 승인돼 1만여명이 처방을 받은 제니칼은 지방흡수를 방해하는 약으로 기존의 식욕억제제에 비해 부작용이 훨씬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독일 제약사 크놀이 만든 「시부트라민」도 FDA의 승인을 받아 미국에서 시판되고 있다. 식욕억제와 기초에너지 소비율을 높이는 이중효과가 있으며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뛰어나다는 평이다. 문제는 불과 3~4년 전에 임상시험이 끝나 장기 부작용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고 탄수화물이나 당분 섭취율이 높은 우리나라 사람에게 미국인과 같은 체중감소 효과가 나타날지 미지수라는 점.
현재 국내에서 비만치료에 쓰이는 약물은 식욕억제 효과가 있는 페닐 프로피놀라민 계통의 약들과 항우울제 「프로작」. 시중 약국에선 「로세카」 등 페닐 프로피놀라민 계통의 식욕억제제를 비타민C와 복합 처방해 준다. 고혈압환자나 노인, 피임약 복용자에겐 금물이며 흥분, 불면 등의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 병원에선 식욕을 억제하기 어렵거나 폭식습관이 있는 비만증환자에게 초기 몇개월간 프로작을 보조적으로 사용한다.
청소년들 사이에는 비만치료용으로 개발되지 않은 이뇨제 설사제나 장(腸)을 청소하는 약이 「살 빼는 약」으로 남용되고 있다. 이런 약은 효과가 일시적이고 구토, 빈혈, 시력장애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므로 절대 복용해선 안된다.
상계백병원 비만클리닉 강재헌교수는 『최근 개발된 제니칼과 시부트라민이 내년쯤 국내에 도입되면 프로작이나 로세카 등을 상당부분 대체할 것』이라며 『하지만 약물은 어디까지나 운동과 식사요법을 주로 하면서 보조적으로 사용해야지 주된 치료법으로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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